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1일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회의를 열어 기존에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사실상 확정하자 경찰에선 ‘검찰개혁의 애초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발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조정안에 담긴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나오는데도 법무부가 공청회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등 경찰 내 단체와 한국경찰연구학회 등 유관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이 현안대로 통과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수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형사소송법 해석 및 개정을 법무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한다’고 정한 것과 관련해 “조문에 대한 유권해석과 대통령령 개정을 법무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상호 협력과 견제·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며 행안부와의 공동주관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과 대형참사) 외에도 수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선 “영장 청구를 남용할 우려가 있고 검찰 직접수사권을 축소하려는 개정법 취지에도 역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조정안은 24일 차관회의 상정을 앞둔 사실상의 최종안이다. 경찰은 지난달 초 법무부의 입법예고 이후 이달 16일까지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여론전을 펼쳐왔다. 일선 경찰관들은 대통령령 수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손팻말 운동을 벌였고,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경찰청 유튜브 채널에 드라마 <비밀의 숲2>로 알아보는 경찰·검찰 수사구조 개혁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청은 20일 참고자료를 내어 “입법예고 기간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해당 대통령령 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으나 (법무부 등은) 공식적·공개적 검토와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성급하게 차관회의에 상정하는 대신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검토와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대통령령 안을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역시 비판적인 의견을 냈는데도 조정안이 굳혀지자 경찰 내부에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검찰과 경찰 모두 표면적으론 표정 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법무부 입법예고 이후) 40일 동안 많은 국민들께서 의견을 주셨는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필요한 사항을 충실히 말씀드렸고 앞으로 예정돼 있는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통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말을 아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계속 나왔던 내용인데다가 검찰이 이날 회의의 참석 대상도 아니어서 특별히 외부에 낼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호 장필수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