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탑승한 차량을 바다에 추락시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대법원이 ‘의심스럽지만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씨에게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특례법의 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8년 12월31일 밤 10시께 부인인 김아무개씨와 함께 해돋이를 보러 전남 여수 금오도의 한 선착장을 찾았다. 방파제의 끝부분 경사로가 시작되는 곳에 차를 주차한 박씨는 숙소로 돌아가려고 후진하던 중 추락방지용 난간에 부딪히자, 이를 확인하고자 기어 변속기를 ‘중립’ 상태로 놓고 김씨를 조수석에 남겨둔 채 내렸다. 그 순간 차량은 경사로를 따라 전진했고 바다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익사했고 검찰은 박씨가 고의로 차를 밀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사고 두 달 전 김씨가 박씨의 권유로 17억원 상당의 보험 6건에 가입했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마친 뒤에는 보험금 수익자로 박씨가 지정된 점도 살인 혐의의 근거로 제시했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은 살인죄를 무죄로 뒤집고 치사죄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수석 탑승자가 차량 안에서 움직이면 승용차가 앞으로 굴러갈 수도 있다는 점이 현장검증에서 확인된 점을 들며 “박씨가 밀지 않고서는 차가 바다에 추락할 리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금을 노린 범죄라는 주장에도 “박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이긴 했으나, 이로 인해 김씨를 살인할 동기가 형성됐다고 수긍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변속기가 중립 상태에 있었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면서도 “박씨가 변속기 조작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에 변속기 상태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가 보험수익자 변경을 요구했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김씨의 사망이 박씨의 범행으로 일어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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