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지급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직원에게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동의까지 얻었다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미래저축은행 직원 강아무개씨 등 11명이 회사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11년 9월 회사 요청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작성하고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르고 일체의 이의제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도 제출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이들의 개인 계좌로 지급했다. 회사는 또 유상증자 실시를 알리면서 직원별로 주식청약 의향서에 기재된 금액을 청약대금으로 준비하도록 권유했다. 강씨 등 11명은 퇴직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가지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12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미래저축은행은 이듬해 4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파산관재인으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선임됐다. 이에 강씨 등 11명은 “퇴직금 중간정산과 주식청약, 청약대금의 납부는 직원들 개인 의사가 아니라 회사의 지시로 이뤄졌기에 적법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예보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약 6억원이었다.
1심은 직원들이 회사에 제출한 각서를 놓고 “향후 근로자의 중간정산 신청으로 발생하게 될 퇴직정산금에 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 일체를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이기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퇴직급여를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회사 쪽 주도로 일련의 절차가 진행됐다”며 “강씨 등 11명이 경제적 필요 등을 이유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했거나 회사 쪽의 중간정산 요청에 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각서를 놓고 “당시 미래저축은행의 위법한 강박행위가 있었고 공포심 때문에 원고들이 이 사건 각서를 작성·제출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을 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던 점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받았더라도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던 점 △원고 중에선 퇴직금에 다른 돈을 더 보태 유상증자에 참여한 점 등을 지적하며 “퇴직금 중간정산은 자신의 의사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중간정산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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