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 사흘만에 유전자 정밀감식 의뢰
8년 동안 전국을 떠돌며 부녀자 성폭행을 일삼아 ‘발바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 용의자가 공개 수배 3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지난 1999년부터 대전, 청주, 대구, 전주 등 전국의 원룸 등을 무대로 최소한 66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아무개(45)씨를 서울에서 체포했다.
17일 공개 수배된 이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컴퓨터게임방에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주소(IP) 추적으로 위치를 알아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동안 발생한 유사사건 수사를 통해 전국에서 77건의 동일한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감식해 지난 10일 ‘발바리’의 유전자(DNA)와 용의자 이씨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어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이씨가 서울의 천호동 일대의 컴퓨터게임방을 전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진 20명을 풀어 하루만에 이씨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붙잡힐 당시 이씨는 약간 저항하려다 이내 포기하고는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해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검거를 지휘한 이동주 대전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19일 “이씨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동부경찰서가 분석한 차량과 통신, 각종 인적사항자료는 40만 건이 넘는다”며 “이씨 검거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활용돼 왔던 수사기법들을 총동원한 과학적 분석수사의 개가로 경찰에게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지난 1990년대 초부터 발생한 비슷한 수법의 성폭행 사건을 합치면 200여건에 이른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씨의 유전자 정밀감식을 의뢰하고 여죄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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