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사장님’ 장금자(가명)씨(<한겨레> 9월29일치 1면 참조)가 12일 오후 두달여 만에 문을 연 서울 사당동 노래방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청소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마포구 홍대 입구에 자리잡은 ㄱ노래방에서 50여일 만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뒤 인근 대학가의 청년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던 이 노래방은 ‘휴점’ 상태에 들어갔다.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12일 오후 2시께 이 노래방을 찾았더니 주인 김시경(46)씨는 신이 난 표정으로 간판을 닦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노래방에선 낮 12시부터 세 팀이 찾아 마스크를 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김씨는 “손님이 오니 좋으면서도 걱정도 된다. 원래 오후 2시에 문을 여는데 오늘은 신이 나서 12시부터 나왔다. 단골들이 ‘오늘 노래방 여냐’고 연락까지 하고 왔다”며 싱글벙글했다.
클럽 등 유흥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대형학원, 뷔페 등 대부분의 업체가 문을 열 수 있게 된 이날 거리엔 모처럼 활기가 되살아났지만 묘한 긴장감도 맴돌았다. 상인들은 얼어붙었던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한편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매장 방역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회사가 밀집한 지역의 식당은 점심부터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주로 구내식당이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화창한 가을 날씨에 거리두기 완화가 가져온 ‘심리적 효과’까지 더해지자 직장인들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커피나 음료를 들고 삼삼오오 산책을 즐겼다. 이날 낮 12시께 서울 동작구의 한 고깃집은 점심인데도 직장인 단체 손님 등으로 붐볐다. 동료들과 함께 나온 40대 직장인 ㄱ씨는 “코로나19 방역 강화기간 동안 도시락과 같은 배달음식을 주로 먹었는데 오늘부터 (거리두기가) 한단계 내려갔다고 해서 기분을 내려 팀원들과 나와 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전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처가 1단계로 완화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클럽에 영업 재개를 앞두고 주류업체 직원이 술상자를 나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거리두기가 완화되자마자 직장이나 동호회는 한동안 멈췄던 단체 회식 약속에도 나서고 있다. 고깃집 직원 김아무개(53)씨는 “내일 저녁과 금요일에 각각 8명과 10명 회식 예약이 들어왔는데 회식 예약은 정말 오랜만이다. 지난주까지는 일주일 내내 예약 손님이 없어 식사를 하러 오더라도 예약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정상화된 영업에 반색했다. 동호인 카페 등에도 “거리두기 완화 자축 기념 ‘벙개’(긴급 모임)를 하자”는 글이 잇따랐다.
미용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탓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미용업계도 매출이 늘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0)씨는 “거리두기 준3단계가 발령됐을 땐 사람들이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서 손님이 없는 날도 있었고 주변에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정부가 1단계로 완화하는 내용을 발표한 뒤 길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게 확연히 보이고 손님이 늘어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이 워낙 큰 만큼 상인들은 매출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마포구의 한 코인노래방 종업원 윤아무개(25)씨는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30팀이 왔는데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4명 중 모두 그만두고 나 혼자 남았는데 언제 또 문을 닫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재유행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셀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테이블 손님만 받아왔던 뷔페는 영업을 재개했지만 뷔페 이용 시 마스크, 일회용 장갑 등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노래방에서도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분위기가 일상화된 모습이다. 관악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6)씨는 “일찍부터 나와 환기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지 않는지 걱정돼 실시간으로 확진자 현황을 보고 있다.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도 한층 높아졌다. 직장인 고아무개(29)씨는 “거리두기 준3단계는 끔찍했다. 이제 다들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더 이상 단계가 격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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