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마켓’ 일부가 지난 14일부터 시민에게 공개됐다. 일본군이 6년, 미군이 74년 동안 주둔했던 땅이다. 기지 안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일본군의 무기공장(조병창) 본부 건물도 있다. 1만여명의 조선 사람을 강제동원해 조선 팔도에서 뺏은 쇠붙이로 일본군의 총과 칼을 만들던 수탈의 땅이었다. 해방 뒤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 땅은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중금속, 기름에 찌든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지난해 반환받았던 땅의 80%가량은 토지정화 작업 중이어서 이번 공개에서 제외됐다. 인천시는 기지 터를 시민공원과 문화시설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임에도 수탈과 오염으로 얼룩진 역사 때문에 자본주의적 개발의 광풍을 비켜 갈 수 있었던 역설의 땅이다.
인천/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