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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이한빛 희생에도…드라마 스태프 열에 아홉은 ‘인권침해’ 경험

등록 2020-10-21 04:59수정 2020-10-21 09:11

이 피디 목숨던진 고발 4년

드라마 스태프 330명 조사
10명 중 3명 “임금체불·지연”
45% “인격 무시” 38% “욕설”

사실상 노동자인데 법 사각지대에
66%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를”

정필모 의원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2018년 <엠비엔>(MBN)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성의 기쁨’ 촬영에 참여한 감독급 스태프 김한수(가명)씨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당시 드라마 제작사 골든썸과 ‘개인 도급계약’을 맺고 회당 120만원가량을 받기로 했지만, 제작사가 “돈이 없다”며 19회차에 해당하는 임금 2280만원을 체불한 것이다.

2018년 1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지난해 7월에야 돌아온 것은 “김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는 답이었다. 김씨는 20일 <한겨레>에 “개인 명의로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을 해와 ‘노동자’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임금 체불을 당하면서, ‘매일 현장에서 지시를 받고 일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었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방송사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피디가 방송 현장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스태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드라마판의 현실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의 ‘드라마 스태프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방송 드라마 스태프 10명 중 3명은 지난 1년 안에 임금을 늦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22.1%는 1년 안에 임금 지급 지연을 경험했고 5.2%는 체불을 경험했다. ‘지연과 체불 둘 다 경험했다’는 응답도 4.8%였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8월27일~지난달 7일 드라마 스태프 3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스태프 대부분은 현장에서 감독, 제작사, 방송사 등으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인격무시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자는 44.8%였고, 욕설(37.9%), 폭행(7.9%), 성희롱·성추행(0.3%) 등이 뒤를 이었다. 인권 침해 경험이 없었다는 응답은 1.8%에 지나지 않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방송 노동자들은 ‘연속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하루 평균 실제 노동시간(식사시간 제외)에 대한 질문에서 10명 중 4명은 ‘16~18시간 이내’(37.6%)라고 답했다. ‘14~16시간 이내’(31.5%), ‘18~20시간 이내’(15.8%)가 뒤를 이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장시간 노동’을 꼽은 응답자가 71.2%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한빛 피디의 동생이자,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방송 현장에서 이제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게 맞구나, 스태프 노동 시간이 길구나’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의 양심과 선택에 기대지 않고 이제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노동자 대부분이 임금 체불과 지연, 인권 침해를 당해도 견디는 것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응답자 중 근로계약서를 통해 고용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24.6%밖에 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방송 노동자들(249명)의 39.4%는 “방송 제작 현장의 관행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31.7%는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가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방송 노동자들은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66.5%)를 꼽았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방송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 노동자들을 포괄적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강재구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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