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하다, 서울대학생겨레하나, 진보대학생넷 등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과로사 택배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대택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달린 택배상자들이 본사 앞에 쌓여 있다. 이들은 분류작업인력 증원 등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즉각 마련을 정부와 업계에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쿠팡 부천물류센터(이하 부천센터)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선 회사 쪽이 감염 예방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직원 84명, 가족 등 주변인 68명 등 모두 15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쿠팡의 허술한 방역 탓에 가족들까지 피해를 겪었다며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15일 용돈벌이를 위해 부천센터에서 포장 업무를 했던 대학생 최아무개(19)씨는 단 하루 일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 5월26일 뒤늦게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던 최씨는 가족 모두가 감염돼 한달 동안 입원해야 했다. 최씨는 25일 <한겨레>에 “아버지 사업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중학생 여동생은 몸이 아파 학교 시험도 못 쳤다”며 “근무 당시 거리두기도 없었고 방역 마스크 미착용 직원도 제재하지 않는 등 쿠팡의 방역미비로 온가족이 코로나19에 시달렸지만 가족이 입은 피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쿠팡에 책임을 묻기 위해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부천센터에서 일하다 5월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김아무개(32)씨는 남편도 동반 감염됐다. 김씨는 퇴원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유 없이 무릎이 아프고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낀다. ‘투잡’을 뛰어도 멀쩡하던 체력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김씨는 퇴원 뒤 업무 강도가 비교적 약한 쿠팡 내 방역 상황 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1시간을 서 있기도 힘들어 이틀 일하고 하루 쉬며 겨우 버티는 중이다. 김씨는 “코로나19 감염됐던 사실을 이웃들이 알까봐 집 근처 상점에 가기도 힘든데 아직 쿠팡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휴업수당 외에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며 “수많은 노동자들의 인생을 망가뜨린 쿠팡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천센터에서 일하다 일가족이 감염된 전아무개(45)씨의 남편 ㄱ(54)씨는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다. ㄱ씨는 지난 6월 코로나바이러스가 폐까지 번져 심정지까지 겪은 뒤 의식을 잃었다. 병원도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해 ㄱ씨를 인천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전씨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관절이 시큰거리고 수시로 숨이 가쁘지만 언제 상황이 나빠질지 몰라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전씨는 “쿠팡은 지난 4월 평소 임금보다 200만원 많은 430만원을 넣어주고 8·9월에 휴업수당을 줬지만 정작 병원비는 지원하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코로나19 감염 또는 자가격리로 불편을 겪는 직원과 가족을 위해 의약품 배달과 돌봄서비스 등 업무를 대신해주는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자가격리 됐던 부천2물류센터와 고양물류센터 단기직 근무자 2600여명에게 1인당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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