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프랑스 대사관 벽에 ‘무슬림을 무시하지 말라’는 내용의 전단을 붙인 외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각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연계 가능성, 테러리즘 등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러한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 담벼락에 전단 다섯 장을 붙이고 달아난 외국인 남성 2명 중 1명을 검거해 외교 사절에 대한 협박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이들이 대사관에 붙인 전단에는 ‘우리 종교를 파괴하지 말라’는 문장이 한글로 적혀 있었고,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 그 칼에 죽임을 당하리라’ 등의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진에 빨간 펜으로 ‘엑스(X)’ 표시를 한 전단도 있었다.
이들은 범행 전부터 대사관 근처를 맴돌며 분위기를 살피다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전단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은 도주 중 경찰에 붙잡혔고, 함께 전단을 붙인 다른 1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신원을 특정해 추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연계 가능성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혐오를 조장한다”며 반 프랑스 시위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프랑스에선 한 역사 교사가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은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5일 <한겨레>에 “체포된 남성은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무직인 상태에서 단순 임노동으로 살아가는 이주민으로 파악됐다”며 “범행 동기로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무슬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 반발하는 의미로 했다고 진술했다. 테러 위협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도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국내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와 같은 무슬림이 국교인 나라에서 온 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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