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고 있던 딸을 23년간 돌보다 숨지게 한 엄마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는 지난 6일 딸을 살해한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딸이 13살 때부터 조현병 등의 질병을 앓게 되자 직장에서 퇴직하고 23년 동안 딸을 돌봐왔다. 딸에게 지속해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시켰으나 딸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했다. 결국 지난 5월 집에서 자던 딸을 상대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무리 피해자의 부모이고,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아 오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인격체인 자녀의 생명에 관하여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ㄱ씨는 재판과정에서 “번아웃 증후군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ㄱ씨가 범행의 과정을 상세히 기억하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범행 당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ㄱ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양형 참작 사유를 설명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