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ㄱ(32)씨는 지난달 말부터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ㄱ씨의 예비 신부 직장과 가까운 서울 시내에서 예산 범위 안에 들어오는 빌라 전세는 단 두 곳밖에 없었다. 그나마 집을 보려는 사람이 많아 순서를 기다려 다른 사람과 함께 봐야 했다. ㄱ씨는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대출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물 자체를 찾을 수 없어 속이 탄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운영 중인 신혼부부 전세대출 이자지원 사업의 실적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겨레>가 서울시에서 받은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보면 지원 실적이 지난 1월 2239건(3776억원)에서 지난 10월 913건(1588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서울시는 지원 확대를 위해 지난해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이었던 지원 기준을 올해 들어 9700만원으로 대폭 완화했지만 지난해 10월 지원 실적(1098건, 1817억원)에 못 미쳤다. 지원사업은 서울시가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신혼부부 소득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전월세보증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실적이 반 토막이 난 원인으로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 매물 감소가 꼽힌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1만1457건(1월)에서 6101건(10월)으로 크게 줄었고, 다세대·연립주택 전세거래량도 6099건에서 4336건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혼인 건수가 줄긴 했지만, 지원 실적 감소폭이 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3863건이었던 서울시 혼인 건수는 8월(3238건) 약 16%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임차보증금 지원 건수는 2239건(3776억원)에서 1653건(2840억원)으로 26%가량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셋값 상승과 매물 감소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혼인 감소, 지원사업 연계 은행 세 곳 중 한 곳의 기금이 소진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