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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HIV 감염’ 이유로 응급실 퇴짜…약자에 더 가혹한 ‘코로나 의료공백’

등록 2020-11-26 04:59수정 2020-11-26 11:10

시민단체, 의료공백 인권실태 조사

응급실 퇴짜 ‘HIV 감염인’
14시간 뒤에야 손가락 봉합수술
쪽방 주민 등 공공병원 진료 못받고
소수자 정체성 때문에 더 고통 겪어
공공병원 확충·약자 대책 마련 요구
지난 4월 이주공동행동, 이주노조 등 이주노동자 단체와 민주노총 회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보호와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이주공동행동, 이주노조 등 이주노동자 단체와 민주노총 회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보호와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수염으로 수년 전 무릎 아래를 절단한 ㄱ씨는 지난 7월 절단 부위 염증으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평소 다니던 서울의료원 응급실은 코로나19 환자 외에는 받지 않았고,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고열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ㄱ씨는 결국 진료를 포기하고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으로 돌아왔다. 이틀간 집에서 해열제로 버티다 열이 내린 뒤에 외래 진료를 받았다. 그는 “빨리 응급조처를 하지 않아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이틀간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25일 ‘건강과 대안’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코로나19 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조사단)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공병원 과부하 등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이 ㄱ씨 같은 쪽방 주민, 노숙인, 이주노동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비 부담이나 민간병원의 진료 거부 등의 이유로 공공병원에 의존하던 사회적 약자들은 가뜩이나 적은 수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의료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장애가 있는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인 ㄴ씨는 만성중이염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평소 다니던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수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ㄴ씨는 “청력이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언제 가능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주노동자나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인처럼 기존에도 사회적 차별에 시달려온 소수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높아진 ‘차별의 벽’을 마주했다. 지난 9월 경기도 안성의 일터에서 기계를 조작하다 사고를 당해 엄지손가락 봉합수술을 해야 했던 ㄷ씨는 사고가 난 지 14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던 병원에서도 ㄷ씨가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코로나19로 응급실 사용이 어렵다며 진료를 거부해서다.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한 ㄷ씨는 엄지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등 손가락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 5월 심장에 통증을 느껴 경기도 화성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이주노동자 ㄹ씨는 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없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으로부터 “당신들(이주노동자)은 거짓말을 해서 입원할 수도 있고,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ㄹ씨는 약만 처방받고 돌아온 뒤 증상이 악화돼, 다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조사단은 △공공병원·의료인력 확충 △코로나19 의료 공백에 대한 전수조사 시행 △감염병 위기 상황 시 민간병원 역할·의무 법으로 규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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