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핵심 근거로 꼽히는 재판부 사찰 논란에 ‘사법농단' 공판을 담당하는 현직 검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공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부장검사)은 28일 밤 검찰 내부게시판에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관련 문건 등 자료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돼 활용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저희 팀에서 명확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글을 올렸다. ‘물의 야기 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내부 문건이다. 검찰은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수사를 하며 이 문건을 핵심 증거로 봤다.
단 부장검사는 “저를 비롯한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대검 수사정책관실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문건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이 자료는 법관들의 인사 관련 자료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수사단계부터 다른 증거들보다 훨씬 더 엄격히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대검의 재판부 관련 문건 작성에 수사증거가 활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단 부장검사는 “최근 대검 감찰부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는데 저희 자료가 발견됐거나 참조된 흔적이 확인됐다는 소식도 없다”고 적었다.
단 부장검사는 재판부 분석 보고서에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힌 부분도 사법농단 피고인 쪽 주장에 대한 설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재판 초기인 2019년도 상반기에 1번 피고인의 변호인이 ‘법정 외에서 긴밀히 상의드릴 일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의한 사실이 있다”며 “검찰이 신청한 증거인 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배석판사 내용이 기재돼 재판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증거에서 제외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단 부장검사가 말하는 ‘1번 피고인’이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단 부장검사는 이어 “저희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현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했고 재판부도 저희 의견을 받아들여 정리됐다”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저희 사건 공판검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사법농단 수사자료를 들춰본 게 아니라 공판검사를 통해 사법농단 재판부 배석판사의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를 문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단 부장검사는 보고서 또한 ‘불법사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 내용 수집이 법관 불법사찰에 해당하려면 재판부를 압박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어떤 약점을 수집하거나 그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혐의도 없이 내사를 했다는 위법성이 드러나야 한다”며 “자료수집만으로 불법 사찰로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고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 부장검사는 이어 “법무부의 발표 내용만 보면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서도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가 기재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적지 않았던 것 같다”며 “법무부에서 오해될 수 있도록 잔기술을 부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또 “총장님은 지난 정부 때도 소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고 그 일로 감찰과 징계 절차를 겪었다”며 “이번 법무부의 감찰조사와 징계청구는 너무 많은 적법 절차를 위반했으며 수사권까지 남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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