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61) 대법원장이 “재판 결과를 놓고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이 거리낌 없이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정·재계 인사들의 판결을 두고 재판부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거세지자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오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를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업무부담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재판 결과를 놓고 합리적 비판을 넘어 법관 개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거리낌 없이 가해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와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이어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공정한 재판의 가치는 무겁고, 사법부 독립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은 거세지기 마련”이라며 “그럴수록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와 사명감을 갖고 의연한 모습으로 재판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재판을 통해 갈등과 대립이 해결되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정·재계 인사가 연루된 사건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재판과 관련해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성 발언과 보도가 이어지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9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혐의 재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 재판 선고가 이어졌고, 국정 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에 대한 판결도 있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작년부터 일부 정치인 지지자들이나 언론이 관련 사건 재판부나 영장전담판사를 공격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공격이 계속 이어지면서 대법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저 역시 대법원장으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고 법관들이 흔들림 없이 오직 재판에 매진해 맡은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국민에게 존중과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데 법원장님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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