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 승인 강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 ㄱ씨는 지난 10월14일 출근해 당일 생리휴가를 신청했지만 소속 관리자에게 “생리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며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아프면 사람은 일반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생리통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ㄱ씨는 다음날 병원 진료 확인서를 제출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상담사 ㄴ씨는 지난달 4일 출근 전 당일 생리휴가를 신청했다가 관리자에게 “약을 먹고서라도 출근을 해 휴가원을 작성하거나, 나올 수 없는 상태면 연차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상담사 ㄷ씨는 지난달 9일 출근 전 당일 생리휴가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관리자에게 이날 쉰 것은 결근 처리돼 평가점수 10점이 감점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생리휴가 신청 시 회사가 입증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차별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위탁업체에 소속돼 있는데 그동안 회사는 ‘휴가 15일 전까지 증빙서류를 첨부한 휴가원을 제출하고, 부득이한 경우 휴가예정 당일 출근 시간 전까지 제출한다’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생리휴가 전 증빙서류 및 휴가원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생리대 사진 제출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이자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김명지 건보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장은 “수치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었고 관리자들이 과연 우리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2015년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특별한 이유 없이 승무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부했다”며 회사를 고발한 것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례를 들어 위탁 업체와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를 향해 사과와 재발방지, 제도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 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위탁업체 제니엘 쪽은 “당일 휴가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며 “사전 약속된 근무스케줄을 준수하는 상담사에게 가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리자가 당일 휴가 사용 상담사에게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또 “내부적으로 철저한 사실 확인과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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