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최대 29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카메라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는 최대 18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며 확정된 양형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해선 기존의 ‘과실 치사’와 구별되는 별도 범죄군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양형위는 106차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확정된 양형 기준안을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청소년보호법 제11조) 관련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수·상습적으로 제작한 이에게 최대 징역 29년3개월을 선고할 수 있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판매한 이에겐 징역 27년 선고가 가능하다. 다수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한 이에 대해선 징역 6년9개월로 양형기준이 상향됐다. 이밖에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대해선 △촬영 징역 6년9개월 △영리 목적 배포 징역 18년이 최고형이다.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행위는 각각 최대 징역 9년, 18년으로 양형기준을 높였다.
디지털 성범죄 가중 인자인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에서는 “자살이나 자살 시도” 부분을 삭제하기로 했다. 당초 양형위는 ‘자살, 자살시도, 가정파탄, 학업 중단’ 등을 ‘심각한 피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양형위는 “자칫 범죄 피해에 따른 고통을 강요하거나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해, 피해자가 추가적인 피해 증명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로 인한 피해 자체에 공감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 및 수사협조 정도에 따라 형을 감경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감경 인자도 마련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등 특별가중인자를 8개 두되 △피해확산방지를 위해 성착취물이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하거나 △유포된 성착취물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하는 등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한 경우가 특별감경인자로 반영된다. 디지털 성범죄의 조직적 범행에 대해 자수·내부고발하거나, 자백으로 관련자 처벌 및 후속범죄 저지 등 수사에 기여한 경우엔 일반감경인자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피고인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수사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또 산안법의 양형기준안 설정 범위를 확대하고, 명칭 및 범죄 유행 분류를 심의했다. 현재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 치사, 즉 사람이 죽은 경우에 한해서만 양형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사업주 및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까지 확대해 양형기준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산안법 위반 치사사건은 ’과실치사‘로 분류됐는데, 이 또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보건 범죄‘로 명칭을 바꾸고, 기존 과실치사와 구별되는 별도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심의했다. 산안법 관련 구체적인 양형기준안은 내년 1월 양형위 회의에서 도출될 계획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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