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결도 서비스…전문가 키워 발전 힘으로”
“갈등은 어둡고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발전의 원동력이고 사회통합의 원천이 되는 것이 또한 갈등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갈등을 민주적 원리와 절차에 따라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지난 20일 시민운동가, 학자, 공무원, 변호사, 종교인들이 대거 회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공식 출범한 ‘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정책포럼(갈등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희은(51) 여성사회교육원장은 “이번에 출범한 갈등포럼은 바로 갈등을 다루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과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해력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갈등해결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갈등해결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외국 이론을 소개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고, 갈등해결 모델도 대부분 외국 기업의 사례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시급한 공공부문의 갈등해결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김 원장이 우리사회 갈등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사람과 한국사회에 맞는 갈등해결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 원장은 “어느 조직이나 사회나 그 내부에 어느 정도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도 우리나라에는 갈등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문화가 있다”며 “그러다보니 누군가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갈등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는 것을 최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사자들에게 맡겨진 상황에서는 힘이 강한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힘이 강한 쪽은 갈등을 풀려기보다는 상대편을 억압해 무마하려고만 하고, 힘이 약한 쪽에서는 작은 불만들을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조직적이고 파괴적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갈등에 우리사회의 발전이 발목 잡히기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갈등해결이 하나의 서비스로 인정되고, 갈등해결 전문가가 직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갈등포럼은 그런 준비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사진 여성사회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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