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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사법농단’ 증언대에 선 이탄희·이수진의 ‘말말말’

등록 2020-12-16 15:31수정 2020-12-16 15:33

이수진 “댓글 달면 찍힌다는 인식”
이탄희 “법원은 판사 아닌 국민 것”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이탄희 의원은 2017년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사찰’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내 사법농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수진 의원은 양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고의 지연된 의혹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사법농단 여파로 법복을 벗고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이들이 사법농단 재판의 증언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이들의 주요 증언을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코트넷에 댓글만 달아도…”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이수진 의원은 “코트넷(법원 내부망) 어느 글에 댓글만 달아도 판사가 찍힌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막강한 탓에 ‘요주의’ 판사들은 댓글을 다는 것도 조심스러웠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법관 재직 시절 개혁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연구회) 및 연구회 내 소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속했다. 인권법연구회는 2017년 3월 개최를 목표로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을 비판하는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당시 임종헌 전 차장 등 양승태 사법부는 해당 학술대회를 저지하고, 사법 행정에 비판적이었던 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법정에서 “인권법연구회에 들어온 많은 판사가 당시 법원이 불공정한 인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너무 막강하니 법관이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고 숨도 못 쉬었다. (코트넷에) 댓글만 달아도 인사 불이익이 올까 봐 떨었다”고 증언했다.

■ 이수진 능력 부족? “제가 쓴 보고서 제대로 봤다면 그런 얘기 못해”

이수진 의원은 자신에 대한 양승태 사법부의 부당한 인사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인사모 소속 법관이란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이 의원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2월, 인사희망과 무관하게 3년 근무 연한을 채우지 못하고 대전지법으로 발령난 건 자신이 양승태 사법부의 ‘눈엣가시’ 법관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이수진 의원의 법관 동료들은 ‘이 전 판사의 업무능력이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수진 의원의 대전지법 인사는 업무능력 부족 때문이지 ‘인사 탄압’이 아니라는 취지다. 당시 법관 인사를 총괄했던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전 인사총괄심의관)와 이수진 의원의 직속상사였던 이원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전 재판연구관)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인사발령 직전 이수진 의원의 10개월간 보고서 작성 건수는 6건으로 다른 연구관(20여건)에 비해 3분의 1도 채 안 됐고, 김연학 인사총괄심의관이 이 전 판사의 업무 태도나 근무실적을 묻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수진 의원의 직속상관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법정에서 “(당시 보고서를 쓴 사건 관련해) 언론에서도 좋은 판결이라고 기사가 났고, 대법관도 (보고서가 좋다고) 칭찬했다”며 “통계압박을 견디면서 열심히 보고서를 썼음에도 도리어 통계가 적다고 쫓아낸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인사 발령낸 김연학 부장판사에 대해선 “제가 쓴 보고서를 제대로 봤다면 (업무능력 부족이란)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며 “저같이 유명한 판사 내쫓으면서 (다른 판사들에게)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 이탄희가 기억하는 이수진

이날 공판에선 이수진 의원이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법원행정처 간부의 부당한 지시사항을 인사모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거듭 언급됐다. 앞서 이탄희 의원은 2017년 3월 사법농단 관련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17년 1월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앞두고 실무를 총괄하던 본인에게 이수진 의원이 전화를 걸어 “법원행정처 높은 분에게 전화가 왔다. 학술대회를 대법원이 예의주시하고 있고,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이수진 의원이 ‘법원행정처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이규진 위원이 저를 불러 ‘학술대회를 막아야 한다’고 말해서, (이탄희 의원에게) ‘법원행정처가 난리 났다’라는 식으로 전달했을 뿐이다. 다만 이탄희 의원은 인권법연구회에 (저보다) 나중에 들어온 분이기 때문에 제 뉘앙스를 오해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탄희 의원은 “(이수진 의원과) 통화 직후에 들은 내용을 그대로 쓴 것”이라며 “상대방이 쓴 표현 하나도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법원행정처의 이탄희 회유

이탄희 의원은 2017년 2월 자신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건 법원행정처가 본인을 통해 인권법연구회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탄희 의원이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법원 인사를 앞둔 2017년 1월 이규진 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가 3월이라면서요. 이 판사가 법원 내부행사로 잘 치러지도록 해보고, 특히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며 곧바로 “내가 심의관으로 이탄희, 송○○ 판사 2명을 추천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마치 (학술대회 축소) 요청을 하면서 대가 관계로 인사 추천을 하는 모양새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그 뒤 이탄희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수집한 판사 문건인 이른바 ‘뒷조사 파일’의 존재를 알고 2017년 2월 사표를 냈다. 이어 임종헌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 인사가 (인권법연구회 통제란) 부수적 목적이 있었던 거 아니냐, 일석이조였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임 차장은 “그래, 일석이조”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임 차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 이탄희 “법원은 판사가 아닌 국민의 것”

이탄희 의원은 이날 증인신문 말미에 “법원은 판사들의 것이 아니다. 법원은 국민의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임종헌 차장이 사석에서 가장 많이 말한 게 ‘법원은 판사들의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다. 법원은 국민의 것이고, 판사는 법원을 빌려 쓰는 것”이라며 “법원의 모든 물건들, 법대와 법복 다 세금으로 만든다. 국민 입장에서 판사에게 요구되는 윤리 수준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가끔 (사법농단 재판) 기사를 보면 (재판 개입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증언을 본다. 제 인생은 돌아갈 수 없지만, 이를 계기로 법원이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증언을 마무리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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