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26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법무부는 31일 전국 교정시설의 변호인 접견과 시설 내 작업을 제한하고 모범 수형자와 기저질환자 등의 가석방을 확대하는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확인된 동부구치소 추가 감염자는 전날 수용자 1298명과 직원 465명에 대한 4차 전수검사를 진행한 결과다. 신규 확진자 126명은 모두 수용자다. 또 동부구치소에서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수용자 중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923명(수용자 902명, 직원 21명)으로 늘었다. 수용 공간의 한계로 밀접 접촉자에 대한 세밀한 분류가 어려워 5차 검사에서도 추가 확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교정시설 관련 총 확진자는 모두 968명으로 집계됐다.
교정시설 내 추가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구금시설의 한계와 선제 방역 조치가 미흡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동부구치소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 집단감염이 확산한 지 보름 만에 나온 법무부의 공식 사과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동부구치소를 찾아 상황을 점검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정시설 집단감염 현황과 대책을 브리핑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차관은 이날 전국 교정시설로 번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13일까지 전 교정시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 기간에는 접견·작업·교육 등을 전면 제한해 수용자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변호인 접견도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직원들의 외부 활동도 금지된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의 수용 밀도를 낮추기 위해 추가 이송을 검토하고 노역·모범 수형자, 기저질환자의 가석방도 확대할 방침이다. 신입 수용자에 대한 격리 기간은 기존 2주에서 3주로 늘리고, 격리 해제 전 검체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방침도 유지한다.
이 차관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용자에게 충분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집단감염 발생 뒤 모든 직원과 수용자들에게 일주일에 마스크(KF94) 3장씩을 지급하기로 했고, 수용자가 외부로 이동할 때나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도 지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용자들이 추가 감염을 불안해하고 있는 수용시설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방역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함에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용 생활의 안정을 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2차 전수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은 <한겨레>에 편지를 보내 발열 등이 있어도 사실상 방치돼 있었고, 밀접 접촉자를 세밀히 분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5인실에 8명까지 가둬놔 감염 확산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3~4일 간격으로 진행되는 전수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도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내 확진자 및 접촉자 관리 상황 등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현재 확진자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정부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청송(경북북부제2교도소)으로 보내진 확진자들에 대한 치료와 모니터링을 누가 하고 있는지, 동부구치소에 남아 있는 확진자와 접촉자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1명이 숨져 교정시설 관련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다. 이날 숨진 수용자는 30대 남성으로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에는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주범 윤창열씨가 확진돼 외부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옥기원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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