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 중인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3일 오후 한 수용자가 손팻말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3일 현재 동부구치소에서만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법무부가 코로나 방역의 핵심인 마스크 지급을 소홀히 해 교정시설의 집단감염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의 5차 전수조사 결과 확진자가 126명 증가해 총 확진자가 1084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국 수용시설 관련 확진자도 1108명으로 늘었다. 동부구치소는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향후 6차 전수조사에서도 확진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에 이어 2일에도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사과하며 “밀접 접촉자에게 1인 1실을 배당해 더이상의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교정시설의 대규모 집단감염 원인으로 법무부의 허술한 마스크 지급 대책이 꼽힌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가 지난해 9월에 “보건마스크 자비 구매를 허가해달라”는 여주교도소 재소자의 진정을 기각하는 등 마스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밝힌 ‘보건마스크 구매 허가’ 관련 진정 기각 사유. 제보자 제공
여주교도소에서 최근 출소한 이아무개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달에 한장씩 지급하는 면마스크를 매일 빨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불안해서 지난해 2월에 가족을 통해 법무부 인권국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7개월 뒤 해당 진정 건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법무부 인권국은 이씨의 진정을 교정본부로 이첩했다. 교정본부는 ‘보건마스크가 구매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자비 구매가 안 되고, 의사 소견이 있을 때만 차입의료용품으로 사용을 허가한다’는 내부 규정을 들어 9월9일 이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이 결정이 내려진 시점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지난해 5월 화성교도소에서 출소한 이아무개씨는 이날 <한겨레>에 “대구에서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외면당했다”며 “3월엔 의사가 치과 진료 때 수용자 20~30명에게 보건마스크를 줬는데 교도관이 반입 불가 물품이라고 회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정시설에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해진 시점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이 시작된 11월30일이다. 법무부 쪽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1월30일부터 신입수용자에게만 케이에프(KF)80 이상 마스크를 지급하고, 일반수용자에게도 마스크 구매를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수용자가 재판 참석이나 외진 등 외부로 나갈 때만 보건마스크를 지급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진정이 제기된 2월을 기준으로 시중에서 마스크 구매가 어려웠고, 의사 소견이 있을 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진정을) 기각한 것”이라며 “예산 부족 문제도 있고, 수용시설 특성상 감염원 유입 가능성이 적어 우선적으로 면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미흡한 대응이 집단감염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감 정원보다 과밀한 환경, 환기나 마스크 쓰기 등 감염 대응 매뉴얼이 전무한 상황에서 집단감염이 없었던 게 행운에 가까운 일”이라며 “마스크를 제때 착용하게 하는 등 선제 조처를 미리 취했다면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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