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참사 피해자, 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등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조순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표가 발언을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대기업이 만든 참사이자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한 법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건 왜 국민의 몫이어야 합니까.”
4일 낮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순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표는 휴대용 산소통에 연결된 줄로 호흡을 유지한 채 가쁜 숨을 쉬며 발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조 대표는 2009년부터 폐 질환을 겪고 있다. 조 대표는 “기업과의 소송이 남발된다는 이유로 미뤄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제정돼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에서 원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이 논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스텔라데이지호 피해자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 재난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전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다.
피해자들과 참사유족들은 “재난과 참사는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과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중대재해법의) 손해배상 조항을 삭제하거나 형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 수정안은 사업장에 일정 기간 처벌을 유예하거나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내용 등이 담겨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목숨 걸고 일터로 나가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 대한민국을 이대로 둘 수 없다. 안전을 거추장스러운 비용으로 여기는 기업을 위한 중대재해법 아닌 시민을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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