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모습. 김윤주 기자
“사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면허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대학생 최승빈(24)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을 하거나 여행을 갈 수 없어 이럴 때 면허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수현(21)씨도 “방학 때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구하지 못했다. 대신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날 운전면허시험장은 운전면허 시험을 보거나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경기도의 한 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지금은 수능 이후라 원래 성수기이긴 하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느라 제약이 있는데도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오히려 더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업종이 침체되고 있지만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은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거리두기로 다른 활동을 하기도 어렵고, 여러 분야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되며 차량 이용 필요성도 생겨 그동안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신규 면허 취득자는 72만6355명이다. 2019년(66만606명), 2018년(60만1597명), 2017년(60만2명) 등 직전 3년 통계에 견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2’ 보고서는 지난해 1~10월 자동차운전학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무술도장학원 매출이 24% 줄고, 예체능계열 학원이 11%, 외국어학원이 10% 감소하는 등 대부분 교육 업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일을 하기 위한 ‘생계형’ 면허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2종 소형을 합친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는 13만9344건으로 전년(11만9772건) 대비 16.3% 증가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기존 일자리를 잃고 배달 일을 시작하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직접 배달하기 위해 이륜차 면허를 취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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