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재산신고 고의적 누락 의혹 등을 제기하는 가운데, 박 후보자 측근들이 관여한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천헌금’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박 후보자의 측근 2명이 실형을 받았는데, 박 후보자가 당시 측근들의 범행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했는지 여부가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또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천헌금 사건 불기소 결정문을 비롯한 관련 소송·사건 기록을 종합하면, 박 후보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문학(50) 전 대전시의원과 2016년까지 박 후보자의 비서관을 맡았던 변아무개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서구에 각각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처음 출마한 방차석 전 의원과 김소연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은 뒤 공천헌금을 받았다.
공천헌금 사건 판결문을 보면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2018년 1월 전 전 의원이 방 전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 외에도 5천만원이 더 필요하니 준비하라. 차명계좌를 만들어서 변씨에게 주라”고 요구했다. 이어 변씨가 전 전 의원의 지시를 받아 방 전 의원에게 현금 2천만원, 차명계좌를 통해 1950만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됐다.
법원은 박 후보자의 측근이 김 전 의원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도 인정했다. 판결문을 보면 변씨는 2018년 4월 김 전 의원에게 “전 전 의원이 얘기했던 1억원을 다음주까지 준비하라”고 돈을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이 이를 거부했지만, 변씨는 전 전 의원의 지시를 받아 김 전 의원에게 수차례 돈을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이 이 사실을 같은해 9월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했고, 대전 서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전 전 의원과 변씨를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전 전 의원에게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으며, 변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박 후보자가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는지 여부다. 김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박 후보자를 대전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8년 12월 박 후보자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두 측근의 돈 요구 사실을 여러차례 알렸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박 후보자의 불기소 결정문을 보면 검찰은 “박 후보자가 2018년 4월11일 김 전 의원으로부터 변씨의 범행을 전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후에 벌어진 전 전 의원과 변씨의 추가 범행을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며 “변씨를 상대로 적극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방조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지만, 대전고법과 대법원이 기각했다. 박 후보자가 공천헌금 관련 내용을 듣기는 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두 측근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을 것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변씨가 1억원을 요구한 당일인 2018년 4월11일 박 후보자를 만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뿐 아니라 같은 달 21일, 6월3일과 24일 네 차례에 걸쳐 박 후보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박 후보자가 ‘권리금 달라는 것인가’라는 취지로 두 차례 답변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앞서 이런 김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차 안에서 김 전 의원으로부터 변씨가 돈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액수 등 구체적 사정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측근들이 김 전 의원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고 반박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과 함께 공천헌금 사건 연루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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