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많은 눈이 내린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인근 도롯가에 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수역에서 경기도 시흥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ㄱ(32)씨는 평소 출근할 때 차로 40∼50분가량 걸리지만 7일 오전에는 1시간40분만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ㄱ씨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일반차로에서는 시속 10㎞로, 고속도로에서는 60~70㎞로 주행했다”며 “브레이크를 밟아도 몇번이나 미끄러져 위험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봉담읍에서 화성 남양읍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아무개(32)씨는 “평소 오전 6시께 출발해 6시40분께 도착하는데, 오늘은 눈이 와서 평소보다 이른 오전 5시40분께 출발했는데도 1시간가량 걸렸다”며 “제설이 안 된 곳이 많아 시속 30km로만 주행해도 핸들이 휙휙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5개 시도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심 곳곳에서 차량 정체와 지하철 운행 중단·지연이 발생해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7시48분께 서울 4호선 길음역에서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으로 8시45분까지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고장 열차에 탑승 중이던 승객들은 길음역에 하차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후 일부 열차가 지연됐다”며 “정확한 고장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전 7시25분께 1호선 외대앞역을 지나던 소요산행 열차도 고장으로 8시7분까지 운행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을 지나는 열차는 지연 운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장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100여명을 하차시키고 견인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1호선 노량진역에서는 서울역행 상행선 열차들이 운행 지연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량진역 내 전광판에는 ‘강설, 한파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보였고,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바쁘신 고객들께서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지하철 출구 인근은 계단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거나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신발에 겨울철 등산 장비인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밤사이 내린 폭설이 내린 7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환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폭설로 인한 교통혼잡에 대비해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 지하철 운영 시간을 평소보다 30분 늘려 9시30분까지 운영한다. 또한 시내버스도 전 노선 모두 출근 시간대 “최소배차 간격 운행”을 30분 연장한다. 연합뉴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근길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4호선 길음역 사고로 멈췄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멈춘 역이 경마공원 역이다. 나가도 대체 교통수단이 없어 모두 허망하게 직장에 전화를 걸고 역을 배회 중(@sl*******)”, “혜화에서 당고개 방면으로 가는 4호선 지하철이 고장 나서 연착이 있다. 고장 난 지하철에 갇혀있다(@xx****)”, “평소 버스로 20분이면 도착하는데 오늘은 버스 타고 한 정거장 가는데 20분이 걸렸다(@kk****)”, “원래 40분 걸리는 지하철을 1시간20분 만에 탈출했다(@Da*******)” “택시 기다리고 버스 기다리고 지하철 기다리고, 평소 차 타고 30분 걸리던 출근 시간 2시간 만에도 못 가서 지각하는 중(@Ny*********)”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혼란은 전날 퇴근길부터 이어졌다. 직장인 박아무개(31)씨는 6일 저녁 7시20분께 서울 관악구에서 차로 퇴근해 경기도 군포시에 도착하는 데 4시간30분이 걸렸다. 박씨는 “평소에는 아무리 차가 막혀도 3시간 정도면 넉넉히 도착하는데, 어제는 눈이 많이 와서 정체가 심했다”며 “3km 정도 되는 터널을 통과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아예 회사 근처 숙박업소를 예약했다는 글과 호텔 로비에 수십명이 대기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윤주 기자, 사건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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