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 산재 사망자 유가족과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산재 사망자는 1571명. 그 가운데 23.9%인 375명은 5인 미만, 61.5%인 966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였다. 그럼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도 3년 뒤로 미뤄졌다. 사업주가 물어야 할 벌금 하한선은 없고, 징역 하한선도 정부안보다 낮아졌다.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가 치러야 할 비용이 산재 비용보다 월등히 커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 법으로는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벌금 좀 맞으면 그만이라는 사업주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심사가 거듭될수록 중대재해법은 후퇴했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진행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때와 판박이였다. 국회 회의장 주변을 떠나지 않던 재계의 집요한 로비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타협적 태도로 누더기가 된 법안은 급기야 ‘사장님 보호법’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6일 밤 여의도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장의 김용균씨 조형물 너머로, 어머니 김미숙씨가 26일째 단식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본청이 불을 밝히고 있다. 유가족들은 “수천명이 죽고 수만명이 다쳐도 국회의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겠단다. 자기 지역구에서 1명의 산재 사망자라도 생기면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각오로 노동자 목숨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국회의원이 어찌 단 한 명도 없을까.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