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물리치료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전남에 있는 전문대학 물리치료학과 2학년(3년제)에 재학 중인 박아무개(25)씨는 지난해 물리치료 실습에 사용되는 신체 모형을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기존엔 실습실에서 교수와 대면하며 신체 모형을 이용해 팔다리 등 신체 부위별 치료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실습이 모두 취소됐다. 교수가 신체 모형을 두고 온라인 영상을 통해 시범을 보이는 게 교육의 전부다. 손으로 직접 기술을 익히는 게 중요하지만 사실상 이론 수업만 받은 것이다. “교수님이 열성적으로 강의를 해주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리치료사 시험엔 실기시험도 있는데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불안하네요.”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해 세워진 전문대학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대면 실습 등의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취업시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실습 교육 비중이 높은데 학생들은 ‘교육의 부재’가 취업에 영향을 끼칠까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들에겐 당장 현장실습 장소를 섭외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2년제 전문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2학년 윤아무개(24)씨는 지난해 말 요양원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려고 했지만 요양원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거부해 올해 여름으로 실습을 미뤘다. 윤씨는 “사회복지사 2급을 따기 위해선 160시간 현장실습을 진행해야 하는데 올해도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 실습을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3년제)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3학년 이유진(21)씨도 “지난해 보육교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6주간 현장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어린이집 섭외가 잘 안돼 교수님들이 굉장히 애를 먹었다”며 “동기들 중에는 어린이집 출근 당일에 코로나19 우려로 실습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취업시장 앞에서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올해 경기도 한 전문대학의 관광경영과(2년제) 졸업반에 진학하는 신채린(20)씨는 “관광산업이 기울어 취업 자체도 어려운데 서비스업에서 중요한 실습 경험을 제대로 못 한 채 취업을 준비하는 게 매우 불안하다”며 “대면 실습을 못 하니 수업을 들어도 배운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희경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생을 분산해 실습을 운영하고 온라인으로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위해선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대부분 대학들이 재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오이시디(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비율은 46% 수준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투자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전문대학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부와 관련 부처가 협의해 현장 의무 실습 시간을 줄이거나 학내 실습으로 변경하는 등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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