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논란에 휩싸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5일 점심시간에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자신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25일 이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운전자 폭행 혐의로 이 차관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에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법세련은 “사건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은 특가법상 폭행죄 적용을 둘러싼 핵심 증거”라며 이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이를 삭제해달라고 한 건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택시기사는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이 차관에게 보냈고, 합의 과정에서 이 차관의 요청을 받고 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이 영상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복원됐다.
원칙적으로 본인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은 처벌되지 않지만, 이 차관의 행위가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특정 후보의 선거 유세 활동을 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삭제해 달라고 한 사건에서 증거인멸교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메시지 삭제를 요청한) 휴대전화는 피고인의 지배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본인 형사사건의 증거인멸을 위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닌 방어권 남용”이라며 “증거인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차관의 특가법 적용 여부는 증거인멸교사 혐의 인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와 합의했고, 경찰도 ‘단순폭행’ 사건으로 내사종결 했기 때문에 이 차관의 영상 삭제 요청에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었는지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차관에게 특가법의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하면 이 사실 자체가 증거인멸교사의 고의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차관 쪽은) 합의 당시 증거인멸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검찰로서도 특가법이 적용되면 폭행이 범죄 혐의로 인정된 만큼 증거인멸 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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