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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엽제 회사 피해배상하라” 서울고법 세계첫 판결

등록 2006-01-26 19:18수정 2006-01-27 09:06

베트남전 파병 장병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난 26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고엽제피해전우회 회원들이 재판정을 나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전 파병 장병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난 26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고엽제피해전우회 회원들이 재판정을 나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 다우케미컬사 등에 “630억원 지급하라”
인과관계 인정…13만명 줄소송 잇따를듯
미국선 “정부주문 따른것” 배상사례 없어
법원이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에게 미국 제조업체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고엽제 제조사에 책임을 물린 세계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최병덕)는 26일 김아무개씨 등 고엽제 피해자 2만615명이 미국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샌토를 상대로 낸 5조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두 회사는 6795명에게 모두 630억7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보훈처가 규정한 11개 상이등급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였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가장 중증인 1등급은 4600만원을, 11등급은 600만원을 제조사로부터 받게 된다. 재판부는 배상금의 절반을 가집행하도록 해 피해자들은 당장 일부를 받게 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말초신경병을 앓는 피해자 2세 15명에 대해서는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고엽제 피해자가 배상을 받으려면 별개의 민사소송을 내야 하지만, 이번 판결이 크게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이 단체에 신고된 후유증 환자가 2만5천여명에 이르고, 2세 등 유가족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가장 중요한 쟁점인 질병과 고엽제 유해물질 다이옥신의 인과관계에 대해 “미국 국립과학원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호지킨병 등 11가지 후유증과 다이옥신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참전자와 그 2세들이 가장 많이 앓는 ‘말초신경병’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중살포 도면을 보면 한국군 작전지역에도 고엽제가 살포된 점으로 보아 참전자들이 다이옥신에 노출됐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피해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점 △고엽제에 기준치를 넘는 다이옥신이 함유된 점 △미국법의 ‘정부계약자 항변’을 국내재판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들이 질병과 다이옥신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재판관할권 문제, 제조물 결함 여부,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 나머지 쟁점에서 모두 원고들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고엽제 피해자 소송일지
고엽제 피해자 소송일지
1심 재판부는 2002년 5월 “고엽제와 질병 사이에 일반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량의 고엽제가 뿌려진 지역이 한국군이 작전을 수행했던 지역과는 거의 중복되지 않으므로 고엽제 피해자들이 다량의 고엽제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미국인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경우 1984년 최초로 고엽제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으나 1억8천만달러를 보상받으며 화해로 종결됐다. 이후 비슷한 소송에서 “정부의 합법적인 주문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처벌돼서는 안된다”는 제조회사들의 ‘정부계약자 항변’이 받아들여져 참전자들의 청구가 모두 기각돼, 미국에서조차 ‘배상’ 판결은 나온 적이 없다.

그러나 확정판결이 나더라도 실제로 손해배상을 모두 받아내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대법원 확정 판결 뒤에도 다우케미컬 등이 배상을 거부하면 한다면 이 회사가 국내에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법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다우케미컬과 몬샌토는 한국에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특허권의 가치를 감정한 뒤 그 금액을 강제집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특허권을 모두 처분해도 630억원에 못 미칠 경우 피해자들이 나머지 돈을 받으려면 미국 법원에 ‘집행판결 승인신청’을 내야 한다. 그동안 사례로 볼 때 미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법원에서 2심을 뒤집을 땐 가지급 받은 돈마저 돌려줘야 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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