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원들이 1987년 3월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986~1987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을 당시 선생의 석방을 요구했던 미국 하원의원들의 외교전문이 공개됐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6일 1987년 미국 하원의원들이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에게 선생의 석방을 촉구하며 보낸 외교 전문 2건을 공개했다.
백 소장은 1986년 7월19일 개최된 ‘부천서 성고문 범국민폭로대회’ 관련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배됐고, 같은 해 12월10일 구속됐다. 당시 백 소장은 고문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같은 해 12월29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듬해 2월28일 재수감됐다.
로버트 므라젝 등 미국 하원의원 8명은 1987년 2월13일 김경원 당시 주미 한국대사에게 외교전문을 보내 “한국의 민주지도자인 백기완의 구속에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석방과 인권 회복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고문 후유증으로 백 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이들의 요구가 한국 정부에 신속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소장이 재수감 된 이후 1987년 3월5일에도 미국 하원의원 7명은 제임스 릴리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백 소장의 석방 등을 한국 관계 당국에 전달해달라는 외교전문을 보냈다.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망명할 당시 미국에서 조직한 한국인권문제연구소가 소장하던 사료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한국 내 인권탄압의 현실을 미국 등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김대중도서관 쪽은 “이번에 공개한 백기완 선생 관련 자료는 전두환 정권의 인권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한국인권문제연구소의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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