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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팀장↔부장은 서로 소통 안 해요? 사이에 껴 난감할 때

등록 2021-02-20 12:57수정 2021-02-20 23:07

[토요판] 이병남의 보내지 못한 이메일
(14) 대화가 필요해

상하관계 직선만 말 오갈 게 아니라
삼각형 꼭짓점에서 오가는 게 좋아

‘상사에게 존경받고, 인정은 부하에게 받기’
알잖아요, 소통에 ‘척’은 안 통한다는 걸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스스로도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부하들은 그와 회의하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그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대화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스스로도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부하들은 그와 회의하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그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대화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Q. 상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서 힘듭니다. 말단 직원인 저는 직속 상사의 지시를 받는데, 가끔 총괄 상사가 일을 시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직속 상사에게 보고하면 짜증을 내서 눈치가 보입니다. 또 직속 상사를 통해 총괄 상사에게까지 보고된 줄 알고 일을 진행했는데, 총괄 상사는 전혀 모르고 있어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소통이 잘 안되는데도 상사들은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메신저 그룹방이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그래도 될까요?

삼각소통 방식을 활용하라

조직 생활에서 한 개인이 아무리 똑똑하고 또 의욕이 넘친다 해도 위·옆·아래에서 협조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려면 각자가 자기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또 상호 간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홀로 연구하던 저는 회사로 와서 업무를 하면서 초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달리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상사·동료·부하들과 함께 보내며 일했습니다. 보고든 토론이든 의사소통을 하면서 집단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당시 나름대로 저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앞선 지식으로 무장돼 있었으며 아이디어도 많았고 의욕도 넘쳤지요. 언제부터인가 회사 내에서 제가 일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실력은 인정하겠는데 너무 혼자서 일한다는 비판이 들려왔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가 말하면 동료들이 ‘무슨 뜻으로 저런 말을 하나, 속마음이 뭔가’라고 추측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뜻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고, 내가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추측하느라 에너지 낭비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어느 날 당시 선배께서 한 수 가르쳐주신 것이 있었습니다.

소위 삼각소통(Triangular communication)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장-임원-실무자 구조를 가진 회사라면 세 사람이 상하관계 직선으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의 세 꼭짓점의 위치에서 3개의 변을 통해서 소통하는 것입니다. 우선, 사장은 필요하면 언제나 임원이든 실무자 누구든 바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장이 임원에게 지시한 바가 있거나 함께 논의해서 결론을 냈다면, 이를 임원은 다시 실무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장은 시시때때로 실무자와 직접 소통해 임원에게 말한 것이 정확히 전달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원은 사장이 종종 그렇게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당연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사장의 권리이자 역할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편, 임원은 실무자가 가져온 보고를 정확히, 그리고 자신의 판단을 더해서 사장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실무자는 일반적으로는 임원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일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장과 직접 소통하면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반드시 사후에 임원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을 들은 임원은 적절한 시점에 사장에게 자신이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직속 상사와 총괄 상사 사이의 삼각형 변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지요. 내 입장에선 두 사람 모두 상사인데 그들의 소통을 내가 강제할 수도 없고요. 이런 때는 두 사람을 상사가 아니라 소통의 파트너라고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그렇다면 직속 상사가 어떤 이유로라도 총괄 상사와 소통을 피한다면 ‘제가 대신해서 보고할까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요. 또 총괄 상사가 직속 상사와 소통을 피한다면 총괄 상사에게 직접 지시 받은 내용을 내가 직속 상사에게 보고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삼각형을 내가 떠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 아냐

우리가 일하는 사회는 점점 의사결정의 속도를 중요시합니다. 과거 위계질서적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시장에서 경쟁사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을 운영할 때는 톱다운(Top down)과 보텀업(bottom up)이 모두 활용돼야 합니다.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삼각소통 방식을 통해 좀 더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해나가야 합니다. 얼핏 소통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것은 아닌가 회의가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고 익숙해지고 나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될 것입니다.

저는 인사팀장으로 일할 때 다른 팀장들 방에 수시로 찾아가서 상의했습니다. 저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이라도 일이 있으면 항상 먼저 찾아가 의논했습니다. 제 방으로 부른 적은 없습니다. 직위로 일하는 게 아니라 직책으로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것이니까요. 늘상 업무를 놓고 다른 팀장 방을 찾아 다니다 보니 2~3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저를 한 식구로 받아들여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사팀 직원들도 다른 팀의 구성원들과도 점점 더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근 그 명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혁신과 경영자 육성에서 가장 탁월한 기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996년 저는 지이 본사를 방문해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이었던 빌 코너티와 3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사 전반에 관하여,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관리자(CFO) 등 시-레벨(C-level) 고위 임원들과의 업무 방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이오인 잭 웰치 회장 역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접 실무급 임원한테 전화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확인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 (실무급 임원의 상사인) 당신이 좀 당황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나요?” 제 물음에 코너티 부사장은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웰치 회장은 늘 그러니까 이젠 익숙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이오는 자신이 필요할 때는 조직 내에서 위계와 상관없이 그 누구한테도 직접 이야기하고 물어볼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군다나 회장한테 연락 받은 실무급 임원은 사후에 반드시 자신에게 보고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아, 이 조직은 의사소통이 정말 원활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웰치 회장이 “소통하라, 소통하라, 그리고 또 소통하라!”(Communicate, communicate, and communicate!) 라고 외쳤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척’이 통하지 않는 세계

예전에 한 임원이 있었는데 아주 똑똑하고 논리적인 데다가 부지런하고 성실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해외 유수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받고 다국적기업에서도 일한 경험을 가진 유능한 인재라서 승진도 빨랐습니다. 회의하면서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스스로도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러나 부하들은 그와 회의하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듣는 듯하지만 듣지 않고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대화한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통 방식은 부하로부터 이해와 지원을 얻지 못했고, 결국에는 사업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하게 됐습니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과 표정과 몸짓으로 합니다. 일과 관련한 회사 내에서의 소통에도 좌뇌뿐만 아니라 우뇌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소통은 머리와 마음이 함께 작동해야만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만 집중돼 있으면, 즉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와 계획에만 매몰돼 있으면 나는 보고 있어도 상대방은 내가 그를 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말을 듣고 있어도 상대방은 내가 듣는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면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섞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고 느끼게 해야만 소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눈으로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 보아야 하고, 그 눈빛에 나의 에너지가 실려서 그의 심장에 도달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계획, 의도를 이해하려고 애씀과 동시에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서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척’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순식간에 내 관심의 진정성을 간파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아랫사람이 나에 대해 소통을 잘 못한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내가 의식하든 못하든 파워 관계에서 아랫사람을 충분히 존중하는 자세를 갖지 않고 진정한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윗사람에게 하는 만큼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위계적인 관계에서 아랫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귀신같이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부하는 늘상 상사인 내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소통 능력을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충성하는 듯하면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불통인 때가 많습니다. ‘윗사람에게서 존경받고 아랫사람에게서 인정받는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한 선배를 저는 자주 떠올립니다. 그는 윗사람에게 차가운 진실 전하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아랫사람의 말에는 뜨겁게 응답했습니다. 그는 소통의 본질을 꿰뜷은 리더였습니다.

▶ 이병남.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1995년 엘지(LG)그룹 임원으로 입사해 인사, 교육,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인화원장으로 부임해 8년간 원장직을 수행하고 2016년 퇴임. 인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를 풀어낼 해법 역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저서 <경영은 사람이다>(2014)에 담겼다. 인간 존중이라는 경영의 본질을 잊지 않고 21년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벼온 그가 일터에서 겪는 우리의 고민을 4주마다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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