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주변에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표명 집회를 열고 있는 러시아인들. 김윤주 기자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테러를 멈춰라’ 지난 20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근처 정동제일교회 앞 러시아인들이 세워 놓은 펼침막에 쓰인 글이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다 구금된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며 푸틴 대통령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국의 한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아르테미(24)는 “(나발니 구금은) 절대 용납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인들이 러시아의 인권 파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며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발니 석방 시위에 국내 거주하는 러시아인들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한국 정부와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이들은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가짜”라며 비판했다. 시위에 참석한 알렉세이(28)는 “러시아에선 푸틴이 독재하고 있다.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다. 나발니 같은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독살을 시도하고 감옥에 보내고 있다”며 “인터넷으로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힘들다. 많은 정치인들이 러시아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 집회를 진행하는 전직 군인 출신의 정치가이자 인권운동가 알렉산더(40)는 지난 17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나발니는 푸틴과 그의 범죄 정부에 가치 있는 비판을 퍼부은 유일한 야당 정치인이다. 그의 모든 입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는 (푸틴의 독재를 막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한국이 러시아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에 연대해달라고 말했다. 알렉세이는 “푸틴과 측근은 호화롭게 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적은 임금으로 일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 짧은 기간 번영한 한국의 역사는 (우리에게도)영감을 주는데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북한과 남한이 국경을 접한 러시아에서 독재자가 계속 통치한다면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안보와 민주주의에 위협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오랫동안 민주주의 모델이 돼왔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 시민들도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당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공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나발니는 ‘뇌물궁전’ 등 푸틴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푸틴의 적수’로 불린다.
지난달 17일 귀국 직후 체포되자 같은달 23일, 러시아 전역에서 시민 4만여명이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를 열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인들의 시위. 알렉산더 제공
전광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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