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가운데 흰머리에 안경 쓴 이)이 2017년 2월1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모습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제공
회사 방침에 반발하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유성기업이 만든 ‘어용노조’는 노조로서의 주체성이 없어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지회)가 “회사 쪽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금속노조 쪽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2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에 불과한 등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심도 “유성기업은 지회 세력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노조를 설립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노조를 만들었다”며 “회사의 치밀한 기획 하에 설립·운영된 2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 및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2노조의 설립은 무효”라며 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파괴 의혹’을 받는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왼쪽)가 2012년 10월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고용노동부 이룸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두한 뒤 나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주목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현대차 부품 납품 업체인 유성기업은 2011년 기존 노조인 지회와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자, ‘노조파괴 자문’으로 이름을 알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의견을 들어 그해 7월 어용노조인 유성기업노조(2노조)를 설립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지회 조합원과 2노조 조합원 임금협상에 차등을 두는 방안 등을 통해 2노조 조합원을 확보하고, 관리직까지 2노조에 가입시켜 2012년 회사 내 과반수 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국회에서 이러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창조컨설팅의 자문문건이 공개되자 지회는 2016년 ‘2노조 설립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이날 선고 뒤 지회는 “어용노조 설립 무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세월이 10년”이라며 회사가 설립한 어용노조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자들은 줄줄이 유죄판결을 받아 구속된 바 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2017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노조파괴를 위해 회삿돈을 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도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4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노조파괴 자문으로 재판에 넘겨진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도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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