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이 차선변경 금지 구역에서 진로변경을 하다 사고를 당해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재판장 유환우)는 배달원 ㄱ씨 유가족이 “ㄱ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사고가 났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ㄱ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한 배달업체 소속 배달원인 ㄱ씨는 2018년 6월 서울의 한 도로에서 직진 차로인 4차로에서 좌회전 차로인 3차로로 진로변경을 하던 중 3차로에서 직진하던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해당 도로의 4차로와 3차로 사이에는 백색실선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주황색 시선 유도봉이 설치되어 있는 등 차로변경이 금지된 곳이었는데, ㄱ씨가 시선 유도봉 사이로 진로변경을 하다 시속 80㎞로 달리던 차량에 부딪힌 것이다.
ㄱ씨 유족은 ‘ㄱ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이 경미하고, 사고가 배달업무 중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 범죄행위 등으로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ㄱ씨의 업무수행 중 발생한 것이기는 하나, 좌회전 차로로 진로변경이 금지된 도로에서 위법하게 진로변경을 하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ㄱ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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