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식/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 팀장
경제·사회 국제기준 완비 계기로
GDP 2% 증가 예상…개방을 도약기회로 활용해야
GDP 2% 증가 예상…개방을 도약기회로 활용해야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오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곧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작동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들어 대미 수출이 중국, 일본, 대만 등 우리의 경쟁국과는 달리 감소세로 반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경쟁국에 앞서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약 12~17% 늘어나고 우리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 정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강한 서비스 산업 육성과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글로벌 스탠더드를 완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단순히 시장 개방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 △금융시장의 국제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 국제규범 및 선진국 제도와 관행의 광범위한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 경제 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는 대외신인도의 향상을 가져오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대로 이어져,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경제위기 때 오히려 적극적인 대외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경제 도약을 이룩한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부터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대내외 협상에서부터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조정 및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산물을 포함한 국내 취약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과 이해관계자의 원활한 이해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사전에 치밀한 대책을 준비함으로써 대외개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종합적인 개방전략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한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1996년 유통서비스 시장 개방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시장 개방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산출 및 고용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영세한 업체에 구조조정이라는 부담이 따르는 것은 피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중국을 비롯한 우리의 경쟁 상대국들은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세계의 지역주의 대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국내 문제 때문에 거대시장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이홍식/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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