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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랜선 술모임, 랜선 동아리…코로나 대학의 ‘뉴노멀’

등록 2021-03-01 04:59수정 2021-03-01 09:24

[코로나 대학생활]
“올해는 우리 같은 새내기 없어야”
선배들이 팔 걷어붙여
우석대학교 총학생회가 20학번과 21학번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우석대학교 총학생회가 20학번과 21학번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캠퍼스에 봄이 왔지만, 학생들의 마주봄은 쉽지 않다.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식사를 하고, 동아리방에 가거나, 스터디 모임을 하는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1년 대학생활의 시작과 끝은 모두 ‘노트북 모니터’였다. 캠퍼스는 ‘방과 거실’이었다. <한겨레>는 코로나19가 바꾼 대학 생활의 풍경을 들여다보고, 갑갑한 현실 속에서도 새학기를 맞아 분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해외 유학도 랜선으로?

많은 대학생들의 ‘버킷리스트’인 교환학생과 해외 유학은 ‘그림의 떡’이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 대학에 다니는 3학년 김설이(21)씨는 3월부터 중국 하얼빈에 있는 한 대학교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반쪽 유학’을 시작한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2학기부터 중국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학기로 미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로 중국 대학의 수업을 듣기로 했다. 학교에서 단 한번 지원해주는 유학 기회를 날린 셈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미룰 수 없어 이번 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네요.”

지난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 수는 크게 줄었다. 연세대학교 자료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1253명의 학생이 해외로 교환학생을 나갔지만 지난해엔 49명에 그쳤다. 해외 대학에서도 교환학생 유입을 부담스러워하고 학생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김아무개(21)씨도 지난해 7월 교환학생을 신청했다가 일정을 연기했다. 올해 2학기에 다시 지원해볼 생각이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김씨는 “교환학생 일정이 꼬이면서 이후 계획했던 취업 준비 일정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6월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각 대학이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 등 달라진 환경에 장애학생이 배제된 온라인 강의를 개선하고 대학 내 베리어프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6월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각 대학이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 등 달라진 환경에 장애학생이 배제된 온라인 강의를 개선하고 대학 내 베리어프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고통의 크기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 비대면이 누군가에게 답답하거나 불편한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학교생활 자체를 고민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체장애가 있어 왼손을 사용하기 힘든 황아무개(20)씨는 비대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무력감을 느꼈다. 출석 확인을 위해 강의 뒤 간단한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교수에게 사정 설명을 하고 수기로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부담은 계속됐다. 결국 그는 올해 초 휴학계를 냈다. “코로나라는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하지만 장애 학생이라는 이유로 수업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어요. 휴학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하게 느껴져요.”

자막이나 속기록 등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최아무개(22)씨는 실시간 강의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전문 속기사의 도움으로 실시간으로 녹취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녹화 강의 수업은 녹취록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 최씨가 지난 수업 녹취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석 확인용 퀴즈가 진행될 뻔한 적도 있다. 최씨는 “실시간 강의와 녹화 강의 모두 장애 학생 선호를 파악해 수어와 속기록을 지원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에 장애 학생 원격수업 보조 공학 기기를 지원하는 등 ‘장애대학생 원격수업 수강지원 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비대면 시대에 맞는 평등한 교육접근권 보장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승원(22) 중앙대 총학생회 장애인권위원장은 “지난해 장애학생들과 장애인권단체가 비대면 강의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면서도 “화상 회의 앱은 여전히 장애 보조 프로그램과 호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학생회가 21학번 신입생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학생회가 21학번 신입생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 올해는 좀 다르게…대학생들의 고군분투

현실은 깜깜하지만, 누군가는 별을 바라본다. 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생들은 현실은 받아들이되, 지난해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학생활을 재구성해보려 한다. 동기와 선후배 사이를 잇는 새로운 연결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에 대부분 새터·오티가 취소된 것과는 달리 올해는 대다수의 대학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새터와 오티를 진행했다.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학생회는 지난 2월19일 저녁 6시 반부터 ‘온라인 새터’를 진행했다. 학교 건물 등 교정 안내와 전공 수업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고 학교생활 팁을 전수했다. 단과대 차원의 행사가 끝난 뒤 학생들은 조별로 마련된 줌 대화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온라인 모임’은 기대 이상으로 흥행했다. 대화방은 새터 종료 예정 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겼다. 각자 모니터 앞에서 술을 마시는 ‘랜선 술모임’이 만들어졌고, 새벽까지 ‘마피아 게임’(술게임)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학교도 비대면 새터를 진행하거나, 학생회 차원에서 학내 정보를 공유하는 메신저 방을 만드는 등 ‘코로나 신입생’의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유진(20) 연세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 단장은 “20학번은 코로나가 갑작스레 터져서 새터 등 어떤 행사도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우리 같은 신입생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대면 신입생 환영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4학년’의 원조 격인 20학번을 위한 행사도 생겼다. 우석대학교 총학생회는 2월 말부터 20학번과 21학번을 위한 ‘2021’행사를 진행한다. 학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메신저 방을 만들고 매달 학교 단과대와 시설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장선재(22) 우석대학교 총학생회장은 “20학번들은 지난해 2학기 때 일부 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나온 게 전부여서 수강신청이나 학생식당 등 생활 정보를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아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늘었다. 학내 동아리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양현욱씨는 “공연, 축구 등 과거에 동아리별로 활동했던 사진을 모아 학내 동아리 사진전을 열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민정씨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모의국회’ 동아리 활동을 하려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무력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석대학교 총학생회가 20학번과 21학번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우석대학교 총학생회가 20학번과 21학번을 위해 만든 학교 소개 영상 갈무리.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관련기사: [코로나 대학생활①] “방구석 캠퍼스에서 ‘고4’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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