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인한 강제퇴거 시 거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4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강제퇴거 시 거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입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행정대집행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입법화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민사집행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강제퇴거는 ‘행정대집행법’이나 ‘민사집행법’에 의해 이뤄진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에서 강제퇴거는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 간주된다”며 “강제퇴거로 인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는 강제퇴거와 관련한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퇴거 예정 시기에 대한 사전 통지, 정부 관계자 또는 대표자의 퇴거 현장 입회, 악천후·야간·휴일 등에 퇴거 당사자들의 동의 없는 강제퇴거 실시 금지, 적절한 구제조치 제공 등과 관련한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6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행정대집행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내용이고 인권적으로 바람직하므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해당 법안은 △행정대집행 계고 시 최소한의 의무이행 기한 도입 △공무원의 행정대집행 현장 입회·감독 △기상특보 발령 시와 공휴일에 행정대집행 금지 △집행 정지 효력이 있는 이의신청 제도 도입 등의 규정을 신설했다.
인권위는 ‘민사집행법’과 관련해서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부동산 인도청구 강제집행에 대한 명시적인 사전 통지 절차 규정을 마련할 것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강제집행 현장에 감독 행정청의 인권 업무 관련 공무원 등이 입회해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 △강제퇴거 집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시기에 동절기 또는 악천후를 의미하는 규정을 요건으로 추가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에도 ‘강제철거 시 거주민 인권개선 권고’를 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 권고의 주요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고, 최근까지 강제퇴거 현장에서 폭행이나 동절기 강제퇴거 등의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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