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의 ‘전략적 봉쇄’ 규탄 기자회견. 언론노조 제공
코로나19 집단감염과 노동자 산업재해 등 자사를 비판 보도한 언론에 쿠팡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언론시민사회단체가가 정당한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전략적 봉쇄’라고 반발했다.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쿠팡은 ‘노동인권 보도’ 봉쇄소송을 당장 멈춰라’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적 언론사와 기자를 향한 명분 없는 ‘재갈 물리기’ 대응을 당장 멈춰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잇따라 고발한 쿠팡의 대응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죽어간 노동자에게 공식사과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쿠팡이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기는커녕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보도를 막는 사실에 분개한다”며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반론 게재를 안 했다, 쿠팡 입장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청구를 일삼는 불통 전략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도 “쿠팡은 돈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치졸한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이 제기한 소송은 ‘전략적 봉쇄’라며 스스로 취하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권영국 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군사 정권 하에서 보도지침을 경험했는데, 거대 기업 자본이 자본을 통해 보도지침 만들고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 언론이 기사 쓰지 못하게 돈으로 입막음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법원이 쿠팡의 잘못된 행태 확인하기 전에 잘못된 전략적 봉쇄 소송을 취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기자들의 피해와 기소 사건에 대해 함께 공동대응하겠다. 전략적 봉쇄 소송에 위촉되지 말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해외 언론인과 연계해 쿠팡의 노동착취와 살인노동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은 상대방 감시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이들은 쿠팡 등 거대 기업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촉구했다. 여전히 기업만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언론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권 대표는 “노동조건 관련 기사가 10개 보도될 때 쿠팡의 보도자료를 받은 기사는 30개 이상 쏟아진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언론의 분발을 바란다”고 말했다. 신 사무처장도 “일부 언론들은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보도조차 안하고 있다”며 “쿠팡은 수많은 언론인 출신들을 억대 연봉 임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쿠팡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거나 문제점 알리는 기자들을 탄압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7월, 충난 천안 목천물류센터 식당 하청업체 노동자의 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을 보도한 대전 문화방송(MBC) 기자 개인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2월엔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한 일요신문과 기자 개인을 상대로 기사 삭제와 억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두건 모두 언중위 청구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 1월엔 쿠팡의 주장을 검증한 프레시안을 상대로 언중위에 기사 삭제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 의사를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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