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2021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참석 대학생들이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 증언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시간당 4만원짜리 인터넷 강의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3학점 수업을 일주일에 40~50분 동영상 하나로 대체합니다. 교수님들도 온라인 강의에 익숙지 않아 헤매는 시간이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숙명여대 학생) “너무 비싼 학비를 컴퓨터 안에서만 쓴다고 생각하니 속상합니다. 줌 강의로 이뤄지는 실시간 수업시 화면이 자주 끊겨 교수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등록금 반환 꼭 필요합니다.”(서울대 학생)
18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2021년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증언대회가 열리는 장소 곳곳엔 코로나19에 따른 대학 수업의 질 저하와 그럼에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담은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 김예은(25)씨는 “학교 실기실이 열리지 않아 학생들이 사비로 작업실을 구하고, 집에서 아교 작업을 하고 석고를 뜨고 있다”며 “특히 원룸이나 고시원에 사는 학생들은 환기 문제, 작업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대는 실기 과목이 있어 다른 학과보다 등록금을 100만원 더 낸다”며 “지금은 실기실과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니 이 비용이라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는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권민주(20)씨도 “지난 1년간 직접 실험은 아예 하지 못하고 교수님이 실험하는 영상만 봤는데, 직접 기구를 다루고 실험하는 것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며 “실험 실습 관련 등록금의 행방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지만, 올해 전국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했다. 학생들은 정부가 나서서 코로나 시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외대 재학생인 이주원(25)씨는 “코로나19로 취업난과 생활고가 심각한데, 대학생들은 등록금 문제 등 여러 부담을 지고 있다”며 “청년들의 어려운 상황에 정부와 국회가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세종시 교육부에서 서울 국회까지 행진한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홍익대 학생)는 “저는 고작 등록금의 4%를 반환받았다”며 “수천억원 적립금을 쌓아둔 대학들이 돈이 없어 등록금을 반환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증언대회를 마무리하며 ‘생활비’ ‘월세’ ‘학자금 대출’ ‘등록금’ ‘취업난’ 등의 문구를 붙인 대학 모형을 어깨 위로 짊어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집단 소송을 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는 사립대 30개교, 국립대 13개교 등 총 43개교 3165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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