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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장학금 미끼로…세종대, 학생들에게 ‘홍보 댓글’ 쓰게 했다

등록 2021-03-23 04:59수정 2021-05-18 17:56

학생 홍보기자에게
댓글 1건당 장학금 명목 돈 주며
입시커뮤니티 등 연간 수천건 글
대학 쪽 “강제로 시킨 적 없다”
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종대학교가 2015년부터 ‘학교 홍보 기자’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모집해 연간 최대 수천건의 학교 홍보 댓글을 수험생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 조직적으로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는 댓글을 쓴 학생들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지만, 학생들은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22일 <한겨레>가 입수한 ‘댓글 실적 현황’ 학교 내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1개월간 세종대 홍보 기자단 학생 10여명을 포함해 교수, 교직원 등은 네이버 지식인과 수만휘(국내 최대 입시커뮤니티)에 총 4200여개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홍보 기자’ 이름이 아닌 개인 아이디로 댓글을 달았다.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 걸린 대형 현수막. 단과대별 실적이 나와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 걸린 대형 현수막. 단과대별 실적이 나와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이는 입시전문기업 ‘유웨이’의 컨설팅에 따른 것이다. 2015년 7월27일 유웨이가 세종대에 보낸 ‘세종대학교 홍보대사&기자단 활동 계획’ 문건을 보면, 유웨이는 ‘수만휘’, ‘네이버 지식인’에 게시된 세종대 연관 질문에 홍보 기자단이 답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답변 작성 가이드라인’도 제공했다.

세종대는 유웨이 컨설팅 뒤 곧바로 관련 내용을 시행했다. 분기별로 10명 안팎의 학생들을 홍보 기자단으로 뽑아 홍보실 차원에서 댓글 작성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학생들은 커뮤니티에 들어가 ‘세종대’, ‘세종대학교’를 검색한 뒤 ‘답변을 기다리는 질문’ 중 가장 최근에 등록된 질문 또는 대학·학과별 비교를 묻는 질문에 순차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홍보실은 댓글을 단 학생들에게 댓글 1건당 최저시급의 절반(2021년 기준 30분에 4360원)을 근로장학금으로 줬다. 또 최대 인정 시간을 월 20시간으로 설정해 학생 1명당 한달에 최대 40건의 댓글을 달게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특히 대입을 앞둔 수험생·학생들이 대학 서열, 학과 서열을 묻는 말에 집중적으로 답변을 달았다. 홍보 기자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교 비교 질문을 놓고 입시 결과표나 ‘인서울’ 등 학교의 지리적 위치 등을 앞세워 비교 학교보다 낫다는 취지로 댓글을 쓰라는 게 학교가 원하는 방향이었다”며 “댓글 한개에 0.5시간을 인정해 장학금을 받다 보니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조직적인 홍보 댓글 작성이 노출되지 않는 데 신경을 쓴 정황도 있다. 네이버 지식인의 경우, 홍보글 작성 계정에 불이익을 주는 네이버 정책을 고려해 피시 1대당 1개의 계정으로 접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아이피 변경 프로그램을 사용해 2~3개 계정을 번갈아가며 사용해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는 유웨이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주기적으로 아이피를 변경해 홍보 댓글 작성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처한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학생 본인 것을 포함해 가족 아이디를 2~3개 정도 만들어서 댓글 작성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유웨이의 가이드라인에는 고등학생과 수험생이 주로 찾는 카페 ‘수만휘’에서는 고등학생, 재수생, 대학생 선배인 것처럼 어투를 설정해 댓글을 달라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세종대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학교와 관련한 문의가 수천건씩 올라온다. 홍보 기자들이 자신이 속한 학과와 관련된 질문에 알아서 답변하고 있지만, 강제적으로 (답변을 달라고) 시킨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홍보실 직원, 대학 교직원, 담당 교수들도 답변을 해서 (댓글 실적은) 실제 학생들이 단 것보다 과장됐다. 같은 취지로 기자단을 운영하는 다른 대학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유웨이 관계자는 “2015년 당시 담당자들이 퇴사해서 (문건 내용과 관련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전공 위장해 쓰라고 지침” “댓글수 채우기 압박감”

학생들, 작성지침 전달 털어놔
“홍보실서 링크 공유·매달 검토”

장학금을 받고 학교 홍보 댓글을 단 세종대 학생들은 “수험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소속 과 학생인 것처럼 위장해 댓글을 달라는 등 구체적인 댓글 작성 지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22일 <한겨레>가 접촉한 학생들은 사전에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고 홍보 기자단에 뽑힌 뒤 댓글 활동을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ㄱ씨는 “댓글 작성 업무가 (홍보 기자단) 업무인 줄 몰랐기에 안 하고 싶었지만, (댓글) 수량을 (장학금 조건으로) 압박하니 어쩔 수 없이 채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학교 홍보실은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댓글 작성 요령을 제시했다. 홍보 기자로 활동했던 ㄴ씨는 “(학교는) 가끔 제가 소속된 과가 아닌 질문이 올라오면 해당 전공 학생으로 위장해 댓글을 달게 했다”고 전했다. 일간지 등에서 매년 보도하는 대학별 순위 및 각종 지표를 댓글 작성에 반영하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한다. ㄷ씨는 “수험생 큐앤에이(Q&A) 작성 관련 가이드가 존재했다. 세종대의 랭킹 등 대학 순위에 관한 최신 자료가 나오면 홍보실에서 기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순위를 꼭 써넣으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ㄴ씨도 “큐에스(QS) 대학평가 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타 대학교보다 좋은 점을 설명하라고 했다. 연구논문 위주로 대학 순위를 매기는 국제 랭킹 자료를 사용하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바깥의 대학과 비교하는 질문이 올라오면, 홍보실 직원으로부터 ‘인(in)서울’이라는 입지적인 조건을 내세우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댓글 첫 문장을 “저는 세종대 갈 것 같아요! 교통편이 워낙 더 좋으니까요.” “서울이 인프라가 훨씬 좋기도 하고, (세종대) 아웃풋이 좋더라고요!” 등으로 시작했다.

세종대 쪽은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권고했을 뿐 강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보실 내부 회의록을 살펴보면 ‘수만휘 등 긍정적인 댓글 달기 프로젝트’, ‘주임님 당부 사항―댓글 다는 활동 활성화 요망’ 등 댓글 작업을 독려한 정황이 담긴 내용이 나온다.

ㄷ씨는 “모든 학생은 매달 20~40개의 댓글을 작성해 링크와 날짜를 구글 공유문서에 기록했고 이를 홍보실 담당자가 매달 검토했다”며 “학생 기자들 사이에서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본지는 지난 3월23일자 <장학금 미끼로…세종대, 학생들에게 ‘홍보 댓글’ 쓰게 했다> 등 기사에서 세종대학교가 온라인 홍보기자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빌미로 홍보성 댓글을 작성하도록 압박하고, 구체적인 댓글 작성 지침을 제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홍보 댓글을 작성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세종대학교 측은 “온라인 홍보기자의 주된 활동은 온라인 채널 운영 및 콘텐츠 제작 등으로 입시정보 소개 목적의 답글 작성은 전체 활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학생들에게 온라인 답글 작성을 강요하거나 작성 여부에 따라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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