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기일인 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성우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가 다음 달 열린다. 앞서 지난 1월 법원의 첫 승소 판결에 이어 피해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24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변론을 마치고 다음 달 21일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1월13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심리 등을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
피해자 쪽 대리인은 “다른 실효적인 구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최후적 수단으로 선택한 민사소송에까지 국가면제(주권면제)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재판 청구권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국제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비교 형량해 국가면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가면제는 국내 법원이 국외 국가에 대한 소송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이에 국가면제를 적용해 일본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돼 국내 법원에 낸 민사소송 말고는 구체적인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피해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한 재판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피해자 쪽 대리인은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합의는 정치적 합의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외 사례를 비춰 볼 때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국가면제에 대한 관행이 변화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재판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면제를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2016년 12월28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소장 등 송달 자체를 거부해 재판이 계속 열리지 못했다. 그 뒤 법원의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일본 쪽에 소장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변론을 열었다.
한편 같은 법원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지난 1월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명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재판부는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까지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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