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두고 “마약을 했는지, 보톡스를 맞았는지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의혹 제기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소장은 2015년 6월 경찰의 4·16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해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 소장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박 전 대통령이)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한번 확인했으면 좋겠다. (보톡스 주사를 맞고) 7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의혹도 있다. 청와대 곳곳을 뒤져서 마약이 있는지 없는지, 보톡스를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원심은 해당 발언이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에 해당한다”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죄는 고의로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때 성립한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박 소장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구체적 행적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해당 발언은)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해당 발언은) 경찰 압수수색의 부당성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밝힐 필요성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이라며 박 소장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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