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와 상사가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새벽에 전화해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적도 있어요.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나 빠졌는고 녹음도 해두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신고할 수도 없는 건가요?” (직장인 ㄱ씨)
처벌 조항을 신설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 적용 대상이 여전히 제한돼 있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을 놓고 “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계약직·임시직 등)에 그쳐 일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청 직원의 하청업체 갑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여전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했고,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유지’ 조항을 신설했다. 사용자가 피해자 보호 등등 필요한 조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일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처벌 조항이 신설된 것은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개정”이라고 평가했지만, “최소 700만명에서 최대 1000만명이 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중소기업은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에는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의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초에만 “자동차 대리점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소장이 폭언하고 다른 대리점에서 일하지 못하게 취업 방해까지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청 반장의 험담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원청 임원에게 괴롭힘을 알렸는데, 해고당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등의 내용이 전자우편 등으로 접수됐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원청 갑질, 입주민 갑질, 특수고용 노동자 적용, 4인 이하 사업장 등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법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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