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베트남 티에프(TF)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자행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가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국정원은 판결 취지에 따라 해당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원심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 변호사가 공개를 요구한 정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학살 사건에 관해 관련자를 조사했는지 여부 등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서 의미가 있어 공개할 가치가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도 이런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국정원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임 변호사와 그를 대리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2017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약 4년 동안 국정원과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임 변호사가 정보공개를 요구한 것은 1968년 2월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의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조사 내용이 담긴 문서 목록이다. 1·2심은 정보공개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국정원은 “해당 자료가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조사 당사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해왔다.
국정원은 이번 판결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보공개를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며,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침묵해왔던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퐁니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데, 정부는 “피해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한국군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퐁니·퐁넛 사건’은 한국군 청룡부대가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퐁니·퐁넛마을 주민 70여명을 살해한 사건을 일컫는다. 중앙정보부는 1969년 11월 각 소대장 3명 등 중대간부를 조사한 뒤 신문조서와 보고서 등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임재성 변호사는 “(중앙정보부의) 조사 문건 목록을 확인해 실제 문건 내용도 정보공개청구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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