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적십자사)가 지난해 11월 새로 취임한 김태광 사무총장의 사택에 들어갈 가구 및 생활용품 수백만원어치를 관련 근거 없이 법인카드로 구매해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적십자사 총무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적십자사 총무팀 직원들은 지난해 12월12일부터 12월17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기관장) 사택 물품구입비 지출’ ‘기관장 사택 사무 가구·침대·침구류 지출’ 등의 명목으로 각종 전자기기·가구·생활용품 약 311만원어치를 구매했다. 특히 지난해 12월12일은 휴일(토요일)이었는데, 총무팀 직원 ㄱ씨는 오전 중 출근해 경기 남양주의 한 마트를 찾아가 숟가락, 젓가락, 다리미판, 건조대, 행거, 바지걸이, 머그잔, 접시, 봉투, 압력밥솥, 스팀다리미 등을 총무팀 법인카드로 구매했다. 또 남양주 가구단지에서 침대, 식탁, 거실장, 침구류도 사들였다.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신희영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13일 제25대 김태광 사무총장(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누리집 갈무리
부산이 거주지인 김 총장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적십자사가 ‘별정직원 주택 및 주택임차자금 지원’ 규정을 새로 신설해 회삿돈으로 오피스텔을 구해줬는데, 이곳에 들어갈 물품도 직원들이 대신 구매한 것이다. 이밖에 총무팀 직원들은 평일 오후 근무 시간에도 회사 차를 이용해 서울의 한 마트에서 헤어드라이어, 전기주전자,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을 법인카드로 샀다.
적십자사는 내부 규정상 인사이동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주거비를 지원해주거나 사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용품 구매 비용은 직원이 부담해왔다. 법인카드 이용 규정에는 사택 생활용품 구매와 관련된 내용이나 근거가 없다. 관련 예산 또한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기관장급 이상 직원들이 사택에 거주하게 될 때 생활용품을 법인카드로 구매해온 관례에 따랐다”며 “구입 물품은 회사 소유이기에 다음 사무총장도 사용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또 적십자사는 “총무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생활용품 리스트를 만들어 구매했고 부족한 부분은 김 총장이 사비를 털어서 구매했다. 김 총장은 총무팀이 생활용품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적십자 관계자는 “적십자 회비와 헌혈로 조성하는 예산을 관련 근거도 없이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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