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 최희석(사망 당시 60)씨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해 주민 심아무개(50)씨가 항소심에서도 “언론이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심씨가 재판부 앞으로 반성문을 세 차례 제출한 점을 들어 “반성문을 써내야 할 상대방은 법원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꼬집었다.
31일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심씨는 “언론과 방송에서 매일 자극적으로 보도해 전 국민에게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단 한 번도 확인 없이 공영방송과 언론, 온라인에 대응할 수 없게 유출됐다. 사건의 진실과 저의 호소를 덮으려고 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심씨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희석씨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끝에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혐의(상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을 보면, 심씨는 지난해 4월 삼중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량을 최씨가 손으로 밀었다는 이유로 “경비 주제에 너 우리가 돈 주는 것으로 먹고살면서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냐”며 최씨를 폭행했다. 견디다 못한 최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최씨를 화장실에 가두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는 등 감금·폭행해 코뼈 골절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심씨는 최씨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한 뒤 최씨가 생계를 이유로 거부하자 “사표 쓰지 않으면 100대 맞기로 했으니 100대 맞아야 한다” “당신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한다”는 등의 폭언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인 최씨를 상대로 되려 “최씨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고소하고, 최씨와 관계없는 교통사고 진료비를 최씨에게 청구하기도 했다. 심씨에게 폭행과 폭언, 협박에 시달리던 최씨는 지난해 5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심씨 변호인은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심씨 등이 한 번도 유족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합의라는 게 피고인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억지스럽게 합의하려 했다가 괜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족들의 감정”이라고 당부했다. 심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자꾸 피고인이 반성문을 쓰고 하는 데 반성문을 써야 할 상대방은 법원, 재판부, 판사가 아니다. (써야 할 상대방은)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하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 선고 공판은 오는 5월12일에 열린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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