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검찰 간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현직 검사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실명으로 우려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지난 3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윤석열 전 총장님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최근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겨냥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모순되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지청장은 “요즘 부쩍 윤 전 총장의 근황을 다룬 뉴스가 많이 보인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검사 윤석열이 검사직 수행을 통해 축적한 상징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갈수록 눈이 빨간 게 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며 “검찰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 나감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지청장은 앞서 윤 전 총장 퇴임 직전에 “집권 여당 일부 등이 그간 총장님께 씌우려고 한 정치활동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주셨으면 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지난달 4일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사퇴했다. 퇴임 뒤에는 보수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엘에이치(LH) 사태’와 4·7재보선 등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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