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대구에서 벌어진 대학생 성폭행 사망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는 2일 피해자 정아무개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2천만원, 형제 3명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5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사고가 발생한 1998년부터 연 5%로 계산되는 지연손해금을 더하면 피해자 가족들이 받는 배상금은 약 1억3천만원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성급하게 판단해 현장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증거물 감정을 지연하는 등 부실하게 초동 수사했고, 이는 경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위법”이라며 “국가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1998년 10월 대학생이었던 정씨는 대구 달서구의 한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성폭행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고, 정씨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뺏은 혐의를 받는 인물은 2011년이 돼서야 붙잡혀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강간죄나 특수강간죄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탓에 검찰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으나, 증거부족으로 2017년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