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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도 유권자인데…” 청소년 ‘실종된’ 선거는 이제 그만

등록 2021-04-04 17:23수정 2021-04-05 02:44

“공약 부족 아쉬워…청소년 인권 정책 등 필요”
“청소년은 미래의 시민 아닌 현재의 유권자”
줌 인터뷰 화면 갈무리
줌 인터뷰 화면 갈무리

“설레고 떨렸어요!”

지난 3일 김한결(18)양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생애 ‘첫 투표’다. 설레고 떨렸지만 그는 “와 닿는 공약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공약집과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봤는데, 청소년 관련 공약은 거의 없었어요. 그나마 있는 공약도 ‘학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고 입시 관련 내용이라 청소년이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공약 같았어요.”

7일 서울시장 선거에 생애 첫 투표를 할 생각인 최선영(18)양도 고민에 빠졌다. “청소년 관련 공약이 1~2개밖에 보이지 않고, 그마저도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내용 뿐이라 안타까워요. 제 결정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지난해 4월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는 만 19살이던 선거연령을 18살로 낮춘 뒤 두번째로 치러지는 선거다. 하지만 여전히 재보궐 선거에서 ‘청소년’은 관심권 밖에 있었다.  <한겨레>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4일,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선거와 필요한 공약 등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이자 이번 선거 유권자인 김한결(18)양·최선영(18)양과 비유권자인 부산의 한 일반고 1학년 김찬(16)군, 경기도의 한 일반고 3학년 김선경(18)양을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만나봤다.

청소년들은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의 공약과 선거 운동 방식 등에 대해 대체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소년 유권자는 선거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생각해요. 유권자는 아니지만 이번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약은 어떤 게 있나, 궁금해서 꼼꼼히 살펴봤는데 애초에 공약집에서 청소년이라는 단어 자체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간혹 등장해도 무조건 공부하는 학생으로 묘사돼요. 저희 나잇대에도 이미 취업해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죠.”(김선경) “저는 후보들이 많이 쓰는 표현 중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라는 말이 시혜적으로 느껴져요. 청소년 유권자가 있음에도 청소년은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후보들이 뭔가를 대신 해줘야 하는 존재로 대상화되는 것 같아요.”(김찬)

청소년들은 후보들의 유세 과정에서도 명함을 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등굣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저나 다른 학생들에게는 명함도 나눠주지 않으셨어요. 교복을 입은 학생도 유권자일 수 있다는 의식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최선영) “하굣길에 교복을 입고 있을 때는 후보 명함을 못 받았는데, 학원에 가려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20분 뒤 같은 길을 다시 지나가니 명함을 받았어요.”(김한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청소년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청소년에게 선거운동을 하는 건 가치가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김선경)

‘어떤 공약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지자, 청소년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정책 제안이 쏟아졌다. 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청소년 인권’이었다. “기존 정책은 청소년을 돌봄과 교육의 수동적 대상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정책도 필요하지만, 청소년 인권을 다루는 보다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탈가정 청소년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 청소년이 보호자 없이 혼자 정신의학과에 가면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문제 등도 해결했으면 좋겠어요.”(김찬)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적용되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시장 후보로 나간다면 정책의 범위를 넓히자는 의미에서 ‘넓히자’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싶어요.”(최선영)

인권침해 요소를 담은 교칙 개정 등 자신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아동·청소년의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머리나 복장 규제 등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이 여전히 남아있고, 학생인권조례에는 잘못됐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학교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김한결) “저희 학교에는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남녀끼리 손을 잡으면 안 된다’는 교칙도 있어요. 이 교칙 자체도 문제지만, 연애 상대를 ‘남녀’라고 한정 짓는 것도 이상하죠. 차별금지와 관련된 정책도 있었으면 좋겠어요”(김선경)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권 침해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격주 등교를 하면서 학교에서 제가 필요한 공부를 다 하지 못한다고 느껴서 지난해 말부터 처음으로 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학습권 침해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김선경) “등교수업이 줄면서 학생들간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생각해요. 비대면 수업으론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재난 상황에서도 학교 다닐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나 법정 수업일수를 줄이는 등의 제도 변화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김찬)

청소년들은 학교 내 선거 관련 교육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저희 반 학생이 27명인데, 선거 관련 책자 10개를 교실 구석에 두고 보라고 안내하는 게 거의 전부였어요. 투표하면서 선거 용지를 어떻게 접어서 넣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허둥댔거든요. 선거 관련 교육이 좀 더 강화되면 좋겠어요.”(김한결) “투표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잘 몰라서 안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선거 연령이 확대된 만큼 교육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최선영)

이들은 청소년들의 투표와 정치 참여에 대한 삐딱한 시선에 대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한다고 하면 ‘너희 공부 안 하는 거 아니니?’라는 식의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광주학생항일운동(1929년)처럼 청소년이 사회 변화의 주축이 된 사례가 많은데도 말이에요.”(김선경) “선거연령이 인하 됐다고, 일부 정치인들의 우려처럼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되거나,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말에 휘둘리는 일은 없었어요. 청소년을 미래의 시민이 아닌 현재를 같이 살아가는 한 명의 유권자로 봐줬으면 좋겠어요.”(김한결)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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