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가 기상청을 상대로 ‘항공 기상 정보 사용료’ 인상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다가 최근 최종 패소했다. 항공 기상 정보 사용료는 기상청이 한국 공항에 착륙하거나 영공을 통과하는 국제선 항공기에 기상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부과하는 요금이다. 항공사들은 ‘기상청 정보가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지만,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최종 패소했다. 기상청과 항공사의 3년 소송사를 정리해봤다.
■ 기상청 “국제선 착륙 때마다 ‘4만4천원’ 손실”
소송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2018년 6월 기상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항공 기상 정보 사용료 인상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기상청 고시에 따라 착륙 기준 기상 정보 사용료가 대폭 올랐는데, 이는 위법한 처분이니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상청은 항공기가 착륙할 경우 1만1400원, 통과비행 때 4820원으로 기상 정보 사용료를 책정했다. 직전 사용료 6170원, 2210원보다 각각 85%, 114% 인상한 금액이었다. 기상청이 든 요금 인상 이유는 ‘사용료 현실화’였다. 기상청은 2005년 세계기상기구(WMO) 권고 등에 따라 2005년부터 항공사에 정보 사용료를 부과해왔는데, 처음부터 사용료를 정보 생산 원가의 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책정하다 보니 손실이 쌓였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부터 수년 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내용도 요금 인상의 요인으로 꼽았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정보 사용료가 지나치게 낮아, 기상청이 국내·외 민간항공사에는 특혜를 주고 그 손실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1심 판결문을 보면, 기상청 소속 항공 기상청이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해 분석한 항공 기상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사용료는 6.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생산 원가는 189억여원이었지만, 같은 해 항공사에서 거둬들인 금액은 12억여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분석대로라면, 기상청 입장에선 국제선이 한국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편당 4만4406원, 통과비행의 경우 편당 1만9423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내 항공사들은 이런 기상청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맞섰다. 항공사들은 법정에서 △개정 전 고시에 따르면 사용료 인상 기준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다’고 돼있는데도 이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17.3배에 달한다는 점 △기상법 시행령에 따라 기상청은 정보 사용료 인상 때 국토교통부 장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점 △항공 기상 정보는 공공성을 띠는 데다 사용료를 부과하는 나라가 극히 적고, 기상청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게 타당한데, 외려 기존 대비 요금을 대폭 인상한 건 기상청의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것 등이라고 변론했다.
■ “물가상승률은 하나의 기준일 뿐…영국 등 원가 95% 징수”
1심 법원은 이런 항공사들의 주장 대부분을 기각하고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사용료 인상 협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야 한다’는 항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은 정보 사용료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절대적으로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인상률이 결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국토부 장관과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상청과 국토부, 항공사 등이 참석한 정보 사용료 회의가 있었고, 기상청 인상안에 국토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기상 정보 사용료를 부과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생산 원가의 95~100% 수준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점, 항공 기상 정보는 일반적인 날씨 정보와 다르게 항공사만 사용하는 정보이므로 요금을 내는 게 맞다는 점에서 기상청의 조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85%나 사용료를 인상한 것은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기상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항공사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다시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기상청이 그동안 원가에 현저히 못 미치던 사용료를 일부 현실화한 것이므로,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는 점만으로 인상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해도 사용료 징수 예상 금액은 여전히 정보 생산 원가 대비 15%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4-1부(재판장 권기훈)는 지난달 31일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항공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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