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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년 봄에도 다시 만나기를

등록 2021-04-23 19:20수정 2021-04-24 02:30

[한 장의 다큐]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산안마을’, 무소유와 이웃과의 행복을 추구하는 야마기시즘 마을공동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공장식 3밀(밀집, 밀폐, 밀접) 사육 대신 닭들이 볏짚과 왕겨, 흙을 헤집으며 자라도록 키운다. 산안마을의 지난겨울은 유난히 힘겨웠다. 양계장 천장을 열어두면 따스한 햇살 아래 꼬박꼬박 졸기도 하고, 아침이면 농장의 하루를 재촉하던 닭들이 한순간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지난해 12월말 농장에서 반경 3㎞ 안에 있는 다른 양계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이 마을 닭들에게도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떨어졌다. 마을 구성원들은 37년 동안 단 한번도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적 없는 건강한 닭들을 묻을 수 없다며 두 달을 버텼으나, 결국 2월19일 3만7000마리의 건강한 닭이 살처분되고, 120만여개의 유정란이 폐기됐다. 사람들 발길과 닭 울음소리가 끊겨 두 달가량 적막했던 양계장에 이달 들어서 병아리들 삐약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게 됐다. 4월21일 봄볕 가득한 산안마을에서, 알에서 깬 지 열흘 남짓 지난 병아리들이 부지런히 모이를 쪼다가 물을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병아리들을 돌보는 마을 식구들은 ‘봄 입식(병아리를 들여옴)-가을 산란 시작-겨울 살처분’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고리가 올해는 꼭 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개발이 끝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고, 반경 3㎞라는 경직된 거리기준이 아니라 철저한 역학조사와 정밀검사를 통해 예방적 살처분을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지난겨울 전국에서 2989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임을 당했다. 새 삶을 시작하는 병아리들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알을 낳을 수 있도록 방역당국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화성/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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